제4차 6자회담이 북미간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하고 ‘휴회’로 결정 나자 우리 정부를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이번 휴회가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각국은 더 이상 회담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휴회는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했다. 북미 모두 원칙론을 고집하며 입장 차이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휴회를 통해 본국과의 협의를 충분히 거친 뒤 회담을 계속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북미 양국은 2주간의 마라톤협상을 통해 여러 이견들을 좁혀갔지만 근본 문제인 북측의 핵폐기 범위와 연결된 평화적 핵이용권 여부에 대해서는 타협의 가능성을 찾지 못한 채 일단 ‘휴회’를 선택했다. 북한은 평화적 핵 이용권이 주권국가의 응당한 권리임을 역설하고 폐기대상을 핵무기로 국한할 것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북한이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페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뽑아 군사용도로 전용한 '전적'을 들어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부부장은 7일 휴회 결정 수석대표회의 직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휴회를 하면 회담의 모멘텀에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고 “각 측이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6자간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러한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우리는 이러한 이견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측의 송민순 차관보는 “3주가량의 휴회기간 동안 각 측이 양자간 접촉을 갖고 구체적인 진전을 준비할 것”것이라고 말했으며 김계관 북한 외무성부상도 “이번 회담이 앞으로의 회담 진전을 위한 기초를 쌓는 회담이었다. 휴회기간 당사국들과의 쌍무접촉을 적극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휴회기간 동안 쌍무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힌 후 회담재개 이후 대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결렬’ 이 아닌 ‘휴회’를 선택한 것은 어떻게든 합의를 모색하겠다는 회담 참가국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니혼게이자이 신문은“‘핵의 평화적 이용’을 놓고 북한과 미국이 정면으로 맞서 있는 만큼 공동문건 작성의 열쇠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쥐고 있다”며 “이번 휴회기간은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김 위원장에 대한 설득을 시도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휴회결정과 관련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는 반응 속에 돌이킬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파국의 전주곡’이라기보다 결렬을 막기 위한 완충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우리 정부 대표단은 지난달 27일 기조연설에서“차기회담부터는 회기 구분없이 휴회개념을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것처럼 북미 양측이 오랜만에 만나 하루아침에 북핵문제를 해결해 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은 만큼 휴회기간 동안 적극적 중재자로서 대북, 대미 설득에 주력할 계획이다. 가깝게는 이번 8.15민족대축전 때 서울을 방문하는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 등을 통해 다시 한번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 성과까지 일궈내진 못했지만, 대화의 물꼬를 텄고 활로의 불씨를 살려둔 '휴회'가 다음단계를 위한 도약대가 되길 기대하는 시각들이 많다. 어느 때보다 활발한 대화가 계속된 이번 회담은 일단 휴회에 들어갔지만 물밑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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