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왕호 선원 최욱일씨...中선양서 한국행 요청
납북어부 최욱일(67)씨가 31년 만에 북한을 탈출했다.납북자단체 관계자는 4일 “1975년 8월 동해에서 납북된 천왕호 선원인 최씨가 지난해 12월 북·중 국경을 넘어 현재 옌지(延吉)시에 머무르고 있다”며 “통일부나 선양(瀋陽) 영사관에 이 사실을 알려 신변 안전과 조속한 귀환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1975년 오징어 잡다 납북최씨는 1975년 8월 8일 오징어잡이배 ‘천왕호’ 사무장으로 동해에서 어로 작업 중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최씨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1975년 피랍 직후 천왕호를 압수했고 선원들은 1년간 원산 62연락소에서 ‘사회적응 교육’과 정치 학습을 받아야 했다. 북한 관계자들은 “지금 당신들이 내려가면 모두 죽는다”고 으름장을 놓고 내려 보내지 않았으며 귀환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이나 자살 소동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북자가족모임 2001년 접촉이후 함경북도 김책시에 있는 채소 농장에서 농장원으로 일하게 된 최씨는 당국의 감시 속에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측은 2001년부터 8차례에 걸쳐 ‘협력자’를 보내 그의 탈북을 도우려했지만 최씨는 ‘자신을 떠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4차례나 보위부에 신고했다.그러던 최씨는 지난해 9월 아홉번째 자신을 찾아와 탈북을 권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통사고등 고비 넘기며 탈출최씨는 구랍 22일 아침 가족들에게 “시내에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중국에서 들어온 조선족 안내원이 마련해온 화물차 짐칸에 몸을 실었다. 이후 꼬박 3일 만에 혜산까지 이동한 뒤 25일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넜다. 최씨는 중국 은신처까지 10여개의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눈길에 차량이 미끄러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이마를 8바늘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경기도 안산에 살고 있는 최씨의 부인 양정자(66)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현지에서 31년 만에 남편을 상봉한 뒤 지난 3일 귀국했다. 최씨는 현재 주 선양 한국총영사관과 전화 통화로 신변안전과 한국으로 송환을 요청했고 “연락을 주겠다”는 대답을 들은 상태다. 정부는 지난 12월 26일께 납북자단체로부터 최씨의 탈북 사실을 통보 받고 중국 정부에 송환을 위한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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