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정책의 주무를 맡고 있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의 무차별 동원에 정면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국회에서 논의중인 ‘기금관리기본법’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여야가 18일 공정거래법을 두고 한차례 격돌을 일으킨데 이어 19일부터 국회 운영위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기금관리기본법은 여야대결의 ‘제2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의 연기금정책 주무장관이자 잠재적 대선후보인 김 장관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섬으로써 이 법안은 여야대결에 앞서 여권 내부의 혼란을 먼저 겪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의 이같은 ‘과감한 언행’이 향후 여권내 세력구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김 장관이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핵심내용은 한마디로 ‘연기금정책의 결정주체는 기금운영위원회인데 여기서 논의가 정리되기도 전에 경제부처가 먼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김 장관이 “애초 취지에 맞지 않게 국민연금 기금을 잘못 사용하면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한데서도 드러나듯이 최근 정부여당이 발표한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받아들이진다.열린우리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이 바로 이 대목에 있다. 파장이 확산되면 단순히 연기금의 운용방식에 대한 입장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수차례 당정협의에 이어 이해찬 총리와 관계장관, 청와대, 열린우리당 의원 대부분이 함께 참석한 ‘경제워크숍’에서 발표한 ‘한국형 뉴딜’정책 자체에 대한 제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원내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19일 “김 장관의 발언이 연기금의 SOC투자 자체에 대해 반대한 것으로 보기는 아직 어렵고, 정부부처 상호간의 역할문제를 주로 제기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당이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이해찬 총리와 김근태 장관,이헌재 경제부총리간의 협의가 이뤄지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의 문제이니 당에 부담을 주지 말고 정부에서 해결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발언은 정책적인 내용을 넘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내년 전당대회까지 의식한 정치적 목소리내기다” “연기금에 대한 업무관장권을 잃지 않으려는 복지부 관리들에게 휘둘렸다”는 등의 불만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이와 관련, 김 장관의 정책보좌관인 기동민씨는 전화통화에서 “정부여당이 합의한 한국형 뉴딜정책에 대해서는 김 장관도 방향을 같이한다”며 “다만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경제부처가 연금 사용방식에 대해 좌지우지하는 듯이 나서면 연금제도 자체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이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최근 수주일 사이에 각종 정부회의와 당정협의 등에서 “경제부처가 나서지 말라”는 의견을 수차례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자신의 이같은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홈페이지를 통해 전격적으로 강한 입장표명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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