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0일 장관 자리를 떠나면서 “눈높이를 몇 단계 더 높여서 ‘한국 속의 외교부’가 아닌 ‘세계 속의 외교부’로 우뚝 솟아오르도록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라며 “힘 닿는 데까지 도와줄 것을 약속드리니, 나를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반 장관은 특히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도입 등 안보 분야에서는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뜻대로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유엔 사무총장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 조속히 해결되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이임식에서 직원들과 국민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이 영광은 저 개인의 영광이 아니고 외교부 직원들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나눠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 장관은 37년간 일해 온 외교부와 고국을 떠나는 애틋한 소회도 털어놨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이임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이제 국제공무원이 되어 한국을 떠나려고 하니 마치 한국으로부터 억지로 떨궈져 나가는 상실감이 온 마음을 사로잡는 기분”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반 장관은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절절이 한국인이고 바쁜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제게는 몸에 배일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며 “더구나 외교 일선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조국에 대해 가진 애정은 각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외교부 직원들에 대한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반 장관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민주화 과정에서 유권자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서 외교를 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측면이 없지 않으나, 외교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한편, 외교 당국은 옳다고 판단되는 외교 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하되 잘못되면 역사의 비판을 받을 각오를 가져야 한다”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휘둘려서 좌고우면하다가는 적기를 놓치게 되어 국익 손실을 초래하거나 효과가 상쇄된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어 “우리에게 숙명적으로 북한과의 대치관계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로서는 최대한 국제사회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중심을 잡고 나가야만 국제사회의 존중을 받고 역할 강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그동안 여러 방면에서 이룩한 업적이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적 성공에만 도취돼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말 것”이라며 국제적 기준에서의 경쟁력과 국제조류 포용을 강조했다. 반 장관은 그동안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거둔 업적으로 △주요국과의 양자 관계 발전 △북핵 문제와 관련된 9.19 공동성명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개선 △영사 분야 및 홍보 분야 혁신 등을 꼽고 “나름대로 자부심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또 인사시스템 혁신, 복수차관제 도입, 영사 서비스 획기적 향상 등을 통한 ‘외교 선진화’와 그동안 등한시 해 왔던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 동구권 등 중소 개도국과의 ‘외교 다변화’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반 장관은 “유엔에 가면 유엔 개혁, 지역분쟁 해소, 비전통적 이슈들에 대한 대처, 빈곤 퇴치, 회원국 간 갈등 해소 등 할 일이 태산처럼 많다”며 “한국인 사무총장으로서 세계인 앞에 성공적으로 수행해 보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오는 15일 유엔 사무총장직 인수를 위해 뉴욕으로 떠나 내년부터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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