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5, 96년 당시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에게 줬다는 ‘안풍(安風) 자금’ 940억원의 성격을 놓고 전직 국정원장들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안기부 2차장과 국정원 2차장, 마지막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 전 원장은 이 돈이 안기부 돈일 가능성을 제기한 반면 국민의 정부 초대 안기부장과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원장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신 전 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안기부예산이 8000억원쯤 됐는데 다른 부처는 1∼2개월마다 필요한 예산을 타다 쓴 반면 안기부는 매년 두차례에 걸쳐 한꺼번에 가져갔다”면서 “당시 거액 예금고객을 위한 이자율이 연 18% 내외였다”고 말해 수백억원대의 예산 이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 전 원장은 “당시 이자수익은 물론 매년 100억∼200억원씩 발생했던 안기부 예산 불용액도 국고에 반납한 적이 없고 이같은 관행은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야 사라졌다”고 말했다.
반면 하와이에 체류 중인 이 전 원장은 “안기부 예산의 구조와 회계체계로 볼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강삼재 총장에게 준 돈은 안기부 돈이 아니고 외부 자금”이라며 “김영삼 정권때 안기부 1년 예산이 5000억여원인데 1년도 안되는 기간에 1200억원이 빠져나갔다면 안기부가 운영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원장은 “불용액은 국고에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고 설사 반납하지 않았더라도 소액이며 이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해 김기섭 전 운영차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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