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5일 상위권 수험생들은 ‘다소 쉬웠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중·하위권은 어렵게 느낀 것으로 나타나 이들간 점수차가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시험 직후 고교 3학년 재학생보다는 재수생들이 ‘예상보다 쉬웠다’는 반응이 많아 재수생 강세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1교시 언어영역의 경우 어렵게 출제된 지난해 수능이나 지난 9월 모의수능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수험생들의 대체적인 반응. 평소 모의고사에서 330∼340점을 받았다는 재수생 유인호(19·현대고졸)군은 “지난해와 같이 생소한 지문이 없었던데다 백석의 시(詩) ‘고향’처럼 예상문제가 실제 나왔다”며 “언어영역(120점 만점)에서 105∼110점이 나왔는데 이번엔 5점 가량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경복고 현상길 교사(국어)는 “지난해 6개이던 쓰기 문항이 8개로 늘면서 지문과 선택지에 그림 문제가 많아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양자역학’의 독특한 성격을 조명한 과학지문 등 까다로운 비문학 분야 지문이 상위권과 중·하위권간 변별력을 키우는 기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체감 난이도’는 2교시 수리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공통수학에서는 대체로 쉬운 문제가 나왔고 최고 난이도 문항도 많지 않아 성적 상승이 예상된다”며 “다만 컴퓨터 16진법 활용(22번 문항), 열기구 관련(24번 문항) 등 높은 수학적 사고를 요하는 3∼4문제에서 변별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소 300점대 초반을 유지한다는 재수생 박명규(20·중앙고졸)씨는 “복잡한 계산과정을 거치는 문제가 없었고 주관식 문제도 평이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3교시에서는 지난해 수험생들의 원성을 산 사회탐구가 비교적 쉽게 출제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환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응용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많았던 과학탐구에 대한 수험생들의 평가는 ‘다소 어려웠다’ 일색의 입시학원 반응과 달리 제각각이어서 상위권과 중·하위권간 변별력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9월 모의수능에서 310점대를 받는 이재헌(18·세화고3년)군은 “‘화성 대접근’이나 ‘태풍 매미’ 등 실생활과 관련된 시사성 문항이 많았다”며 “3교시까지만 봤을 때는 실수하지 않은 사람에게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4교시 영어 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돼 비교적 평이했으며, 제2 외국어는 6개 선택과목간 난이도 차이는 있었으나 마찬가지로 지난해와 비슷했다는 게 수험생 상당수의 의견이었다.
한편 입시 전문가들은 상위권과 중·하위권간 점수차가 뚜렷해 보임에 따라 양극화된 수험생들이 더욱 치열한 눈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강세를 띤 재수생들이 서울 중·상위대 인기학과를 두고 경쟁하거나 내년도 제7차 교육과정 도입으로 ‘하향 안전지원’으로 돌아설 경우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진학지도에 상당히 애를 먹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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