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경대학교 해양과학공동연구소 손민호(42·팀장) 박사를 비롯, 허성회(47·해양학과)·홍성윤(60·해양생물학과)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팀은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나라 전국 해안에 서식하는 고둥류(소라의 한 종류) 암컷이 수컷으로의 ‘성(性)전환’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지역별로 고둥류의 ‘성전환 현상’은 학계에 이미 보고된 바가 있지만, 이번 연구는 전국 해안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1998년 10월부터 1년 동안 동해안 최북단 거진에서 서해안 강화도까지(제주도 포함) 전국 27곳 해안에서 채집한 1832개 고둥의 껍데기에서 육질부를 분리한 뒤 각 개체를 해부해 비정상적인 수컷 생식기가 대부분의 암컷에서 발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대수리와 뿔두드럭고둥, 입뿔고둥, 어깨뿔고둥 등 채집된 고둥류 4종 모두 성전환 현상을 보였고 동남해안 지역에서는 암컷 개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대수리의 경우, 표본 채취지점 27곳 가운데 13곳에서 암컷 개체가 모두 성전환 현상을 보였으며 나머지 지점에서도 60~90%가 해당됐다. 울진, 포항, 부산 신선대 등 6개 지점에서는 암컷 뿔두드럭고둥이는 한 마리도 채집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연구팀은 “선박 페인트 등 각종 오염원으로 발생한 유기주석화합물(TBT)·유기인산화합물(TPT) 등 환경호르몬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다른 환경적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경보 kongkb@krnews21.co.kr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