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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자도 기회줘야”…체험통해 성숙해진 청소년들
  • 최훤
  • 등록 2013-08-06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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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화면이 흐릿해서 잘 안 보입니다. 이런 걸 확실한 증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유죄로 추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피고는 유죄입니다. 여자친구와 피고인은 사건발생 당시 현장에 같이 있었고요, 흐릿하지만 폭행이 오고 갔습니다. 블랙박스 시간을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텐데 그 점은 왜 간과하고 있나요?”
고등학생들의 논리가 제법이다. 이 곳은 2013 폴리스 아카데미가 열리는 경찰대학 모의법정. 참가한 학생들은 학교 폭력이 발생한 사건을 가정한 상황극을 보면서 배심원이 돼 나름대로의 판결을 내리고 있었다.
"모의법정에
모의법정에 배심원으로 참여한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매년 여름방학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경찰대학에서는 폴리스 아카데미가 열린다. 폴리스 아카데미는 청소년들이 경찰대학 생활관에서 숙식을 하며 생활체험과 함께 경찰 관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보는 체험캠프이다.
올해는 4대 사회악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초점을 맞춰 아카데미가 진행된다. 이에 대해 문선영 경찰대학 홍보실 경위는 “학교폭력은 자칫 사소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이는 어린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큰 범죄임을 청소년들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 ‘폴리스 아카데미’…2000년부터 11회 개최
이어 문 경위는 “국민행복을 위해 4대 사회악 근절에 나선 경찰이 주체적으로 학생들의 학교폭력 근절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체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싶었다”며 올해 폴리스 아카데미가 학교폭력 근절에 초점을 맞추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실제 경찰대학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광화문에서 4대 사회악 아웃 콘서트를 진행하고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STOP 강의를 실시하는 등 끊임없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
"학교폭력
학교폭력 사건을 재구성한 모의경찰서에서 가해자 어머니와 선생님이 경찰서를 찾아와 애원하는 장면을 경찰대학생들이 역할극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감코리아 취재진이 폴리스 아카데미를 찾아간 날. 현장에서는 모의경찰서·법정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지속적으로 한 선배에게서 갈취와 폭행을 당하는 소년의 얘기를 다룬 드라마를 감상했다. 이어 같은 상황에서 주인공이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드라마와 달리 경찰제보를 통해 수사가 진행되고 학교폭력에 대한 재판이 펼쳐지는 상황극을 지켜봤다.  
다양한 프로그램 통해 학교폭력 심각성 느끼고 자신 되돌아 볼 기회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뼈저리게 알게 됐어요.” 이지원(18·정화여상 2학년) 학생은 학교폭력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유치장에 수감되는 가해자 학생의 연기를 지켜보며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경찰이 개입하기 전 학교폭력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가정과 학교가 조금 더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김영훈(18·서울외고 2학년) 학생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이번 폴리스 아카데미에는 중학생 70명, 고등학생 70명 등 총 140명이 참여했다. 총 지원인원은 857명으로 경쟁이 꽤 치열했다고 한다.
기존의 폴리스 아카데미는 방학기간 중 3박 4일 한차례만 진행되나 올해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참가학생들의 관심을 반영해 2번에 나눠 각각 2박 3일의 일정으로 열렸다. 참가자들 중에는 실제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들도 상당 수 포함돼 있었다.  
"참가
참가 청소년들이 무용테라피 프로그램에서 친구들과 춤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참가한 학생들은 심리상담전문경찰관과 함께 학교생활에서의 스트레스·우울증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PAI검사, 쌓여있던 내면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무용테라피, 위험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호신술 강의 등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와 함께 경찰대학생들이 실제 교육받는 112종합실습장과 경찰장비교육장에서 과학수사에 필요한 장비들을 살펴보고 지문감식, 음주측정 등의 체험을 직접 해보는 한편,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통해 학교주변 범죄다발지역에 대해 파악해 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참가 학생들은 평소에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고 학교폭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경찰대학생 15명으로 구성된 교육단, 참가 청소년 생활지도부터 멘토링까지

이 같은 폴리스 아카데미에서 참가 청소년들의 전반적인 안전관리와 생활지도를 담당하고 형사, 판사, 학교폭력 가해자로 분해 상황극을 재연한 이들은 다름아닌 경찰대학 학생들이었다.
경찰대 교육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15명의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폴리스 아카데미에 지원했다.
"김시률
김시률 자치장(맨 오른쪽)과 경찰대 교육단 학생들.

“제가 경찰이 되면 일선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겠죠? 미리 경험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청소년들의 생활안전을 담당하는 자치장 김시률(22·경찰대 2학년)씨의 얘기다.
“입소 첫날에는 기본적인 것조차 안지키는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프로그램 진행시간에도 늦고, 인사도 안하고요. 그런 학생들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금방 변해요. 그런 모습에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김시률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학교폭력 예방위해 가정·학교 노력” “가해자도 보호받을 권리”…다양한 의견 제시
특히, 그는 “참가 청소년들의 겉모습 만으로도 사실 학교폭력 가·피해자는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얘기를 나눠보면 겉모습으로 가·피해자를 구분하는 것은 내 편견이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가해자 학생도 기회가 주어지면 변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찰이 꿈이라는 김민지(18·동일여상) 학생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가해자도 아직 어린 나이의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입니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가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면 더 큰사건도 막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가해학생들에게도 인생을 바꿀 기회를 줘야하지 않을까요?” 
"경찰대학생들과
경찰대학생들과 참가 청소년들이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얘기를 나누고 있다.
평소 남의 일처럼 다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청소년들도 학교폭력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느낀 바가 많은 모양이었다.
2박 3일만에 많은 것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다시 한 번 학교폭력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아카데미가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됐을거라 여겨진다.
경찰대학, 연구센터 개소 등 하반기에도 4대 사회악 근절 노력 지속 예정
경찰대학은 하반기에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먼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 계속된다. 또 경찰대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 강의하는 학교폭력 STOP 강의가 중학생 대상에서 고등학생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9월 중에는 4대 사회악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분석을 위한 4대 사회악 연구센터 개소도 이어진다. 연구결과는 일선 경찰서와 공유해 활용할 예정이다. 4대 사회악 근절을 위한 경찰대학의 노력이 좀 더 본격화 될 하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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