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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추정경, 소설 ‘벙커’로 ‘되물림 되는 폭력’을 이야기 하다
  • 김용백
  • 등록 2013-07-19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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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경 작가가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 후 3년 만에 신작 벙커를 출간했다.
 
지난 2011년 데뷔작 ‘내 이름은 망고’로 제4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작가 추정경이 2년 2개월 만에 신작 장편소설 ‘벙커’(놀)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우연히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 한강대교 아래에 숨겨져 있던 비밀스러운 공간 벙커로 숨어들게 된 열여섯 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벙커’가 전작 ‘내 이름은 망고’의 틀을 깨고 작가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작품인 동시에, 자신의 10대 시절과도 맞닿아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라고 밝혔다.

목적 없는 공부,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이어지는 쳇바퀴 같은 일상, 세상과 어른들 사이에서 느끼는 단절감.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상처의 유전’에서 찾았다. 그리고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가 10대 아이들에게 가하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파헤쳐 독자의 눈앞에 펼쳐 보인다. 다음은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

Q. 어떻게 한강대교라는 공간을 떠올리게 되었나?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벙커를 어느 장소에 둘지는 계속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전철을 타고 한강철교 위를 지나는 순간 한강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며칠 후에 한강대교를 찾아가 이곳저곳을 관찰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때 이곳을 배경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Q. 이 이야기의 출발점을 꼽자면?

언제 이 이야기를 떠올렸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나의 십 대 시절에 닿는 것 같다.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숟가락으로 파서 버리고 싶을 만큼, 나도 그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목적 없는 공부에 지쳐 있었다. 그 기억이 계속 마음에 남아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Q. 전작이자 데뷔작 ‘내 이름은 망고’의 주인공은 여자아이다. 이번 소설에서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나를 둘러싼 틀을 깨고 싶었다. ‘내 이름은 망고’는 작가 추정경을 있게 해 준 고마운 책이지만 동시에 어떤 울타리가 된 책이기도 하다. 나는 그 울타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로서 가장 나쁜 행동은 자기 복제가 아닐까. 남자아이들 이야기를 쓰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겉모습과 달리 평소 운동을 무척 즐기는 타입이다. 테니스도 하고 검도도 했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남녀공학이었는데 그때 남자아이들의 특성도 많이 깨달았다. 그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Q. 폭력은 ‘벙커’의 중요한 테마이다. 어린 시절에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나?

소설 속 김하균처럼 아버지에게 맞으며 자랐던 것은 아니다. 막내딸이라는 이유로 많이 봐주셨다. 다만 우리 아버지 세대가 다 그런 면이 있지 않나. 자식들과의 소통의 부재라는 거. 가족 간의 단절, 공부에 대한 강요. 그런 것들도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폭력이 된다. 또 그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으면 그 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그 점을 ‘벙커’에서 그려 내고 싶었다.

Q. 소설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소설 속 등장인물 중 하나인 ‘미노’에 관한 부분이다. 미노는 일곱 살,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어리다. 원고를 수정하는 동안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측면을 독자에게 보여 주기 위해 어린 미노의 역할을 강화했다. 그만큼 미노는 이 책의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상징적 인물이라서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사실 미노에 관한 부분을 쓰는 동안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첫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안고 글을 쓰느라 힘들었지만, 엄마가 되고 보니 어른들의 폭력과 무관심의 희생양인 미노라는 캐릭터에 더 애착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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