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의 ′핵태세 재검토(NPR)′ 보고서는 새로운 핵전쟁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핵무기의 사용은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 현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까지 파멸과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다. 더구나 상대방의 핵무기 사용 ′억제수단′으로 취급되던 핵무기를 ′실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세계를 공멸로 이끌 수 있는 무모한 핵전쟁을 미국에서 일으키겠다는 위협인 것이다.
미소 냉전이 끝난 이후 인류는 적어도 지구상에서 핵전쟁의 공포는 사라졌다는 기대를 가졌었다. 구체적인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핵무기 최대 보유국인 러시아와 미국 두 나라가 앞으로 10년 동안 각각 6천기가 넘는 핵 탄두를 3분의 2가량 감축하기로 합의하고, 2000년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에서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모두 폐기한다′는 합의문을 채택함에 따라 지구를 수십 번 파괴하고 남을 핵무기가 대폭 감축될 수 있다는데 희망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핵무기 감축협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도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미국의 계획은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대조차도 져버린 행위이다.
게다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가가, 미국 본토 아닌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국을 공격했을 때에도 핵 공격을 하겠다는 것은 한반도 내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하 요새화한 국가이기 때문에, 지하시설 파괴 핵무기 사용의 우선적인 대상 국가가 되고 있으며 북한이 남한을 먼저 공격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핵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핵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공멸의 길이며 한반도를 영원히 죽음의 땅으로 인도하는 사신(死神)이다. 미국의 악의적인 발언으로 고조된 북-미간 갈등에 더한 이번 미 국방부 보고서는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 뿐만 핵전쟁의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환경연합은 제네바 합의를 위기로 몰아넣고 한반도 전쟁을 부추기는 미국의 상황에서 북한이 핵동결을 해제하는 등 이른바 자위적인 조치에 나서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무모한 핵무기 사용 계획은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를 공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할 것이다.
<안기원 기자 ki@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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