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조사중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하고, 1984년 부대내에서 자살한 사건으로 종결됐던 허 일병 의문사는 오발 사고를 자살로 조작·은폐한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의문사위는 이날“허 일병은 사건당일인 1984년 4월2일 새벽 중대본부에서 벌어진 술자리 끝에 선임하사 노아무개씨가 사병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쓰러졌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또 허 일병은 이날 아침 10∼11시 사이에 다시 2발의 총알을 맞을 때까지 살아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위원회는 2차 총격을 가한 사람과 그 경위는 밝혀내지 못했다.
허 일병이 쓰러진 후 이 사고는 지휘계통을 따라 중대장으로부터 대대장, 연대장에게 ‘자살’로 보고되었으며, 대대장 전아무개씨는 당시 헌병대가 허 일병의 사망시간으로 발표한 오전 10시 이전인 이날 아침 6∼7시 사이에 보안주재관 허아무개씨와 함께 중대본부 사고현장을 다녀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대장 전씨는 사고현장 방문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보안하사관 허아무개씨는 사고조사차 중대본부에 들른 것은 오후라고 진술한 것으로 의문사위는 밝혔다.
의문사위는 또 당시 허 일병 사체를 부검한 박아무개씨가 “오른쪽과 왼쪽 가슴에 모두 생활반응(총을 맞을 당시 육체가 살아있었음을 나타내는 반응)이 발견됐으며, 총탄 한 발을 맞은 뒤에도 7시간 가량 살아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고 진술한 것 등을 근거로 허 일병이 머리에 마지막 총상을 입을 때까지 살아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실탄 두발을 누가 쐈는지, 사건의 은폐. 조작이 누구의 지시로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에 대해선 "일부 관련자들의 진술은 있으나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위원회 발표에 대해 허 일병을 쏜 장본인으로 지목된 선임하사 노아무개씨는 “나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다.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일병 사건이 국방부로 넘어옴에 따라 이준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서민철 기자> mc@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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