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기 프로그램에서 '꽃거지'로 불리는 연예인은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상대방의 질문에 "궁금하면 500원"이라고 말 할 줄 아는 거지의 입을 통해 물질주의와 거지근성을 웃음으로 일치시킨 것이다.
남한의 개그 프로그램에 '꽃거지'가 있다면 북한의 현실에는 '꽃제비'가 있다. 앞의 '꽃'은 똑같지만 남한 거지와 북한 제비와의 차이는 엄청나다.
우선 남한의 꽃거지는 "궁금해요?"라고 질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냥 거지가 아니고 꽃거지"라고 반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북한의 꽃제비에게는 그런 질문도, 반박도 당초에 있을 수가 없다.
꽃제비 출신 탈북자는 "먹을 것을 준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극심한 식량난은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구걸한다. 나에게 음식을 줄 것처럼 이것저것 질문하다가 다른 아이에게 주어도 '왜 나에게 주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노래를 부르라면 노래를, 땅바닥에 뒹글라면 뒹글어서라도 한 조각의 떡을 위해 인내하고 복종하는 것만이 꽃제비의 생존 방법이다."고 했다.
웃음만을 알아야 할 아이들이 정권의 잘못으로 거지가 되었는데도 그 모든 이유마저 철저히 차단하고 응징하는 북한 사회, 강자의 윤리만 아는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약자에 대한 조롱이고 강요인 것이다. 하긴 꽃제비들이나 지켜보는 시민들 중에 감히 "그냥 거지가 아니고 정권이 만든 거지"라고 반박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남한의 '꽃거지'는 개그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만 북한의 '꽃제비'는 사회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얼굴조차 들 수 없는 것이다.
그렇듯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꽃제비의 자유마저 빼앗고, 마지막 눈물까지 통제하려 드는 북한 정권이야말로 거지보다 못한 정권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 식량구걸로 3대까지 세습을 연장하는 북한 정권이 아니겠는가. -뉴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