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열린 한국은행에서 열린 중소기업 대표 초청 간담회. 경영애로를 묻는 김중수 한은 총재의 질문에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환율 때문에 너무나도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판로도 막히고,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원가압박도 커지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떨어지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지난달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이 수출기업들을 상대로 수출애로요인을 물어본 결과, 수출대상국의 경기부진(24.1%) 및 원자재가격상승(19.9%)과 함께 환율변동성 확대(14.8%)를 꼽았다. 자동차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A사 관계자는 "어렵게 거래선을 뚫었는데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단가를 맞추지 못해 결국 거래처를 잃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금 같은 경제상황이라면 1,150원은 되어야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의 직격탄을 맞는 건 비단 중소기업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영업이익이 연간 3,000억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00원이 내려가면 3조원이 그냥 증발한다는 얘기다.
현대차도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연간 800억원, 기아차는 500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현대차는 줄어드는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최근 2013년형 그랜저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250달러 가량 높여야 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수출기업들 입장에선 원ㆍ달러 환율 1,050원이 마지노선으로 이 아래로 내려간다면 정말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환율이 떨어지는 건 선진국들의 '돈 풀기'영향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이 무제한 국채매입에 나서고, 미국은 3차 양적완화에 돌입하고, 일본 중앙은행 역시 사실상의 무제한 통화공급에 나서면서 현재 글로벌 자금시장엔 돈이 넘쳐나는 상황. 이 돈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고, 나아가 각국이 너도나도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약세 경쟁에 돌입하면서, 애꿎은 원화가치만 치솟고 있는 것(환율하락)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은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이라지만 지금 원화가치 상승은 우리경제의 기초체력과는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실물경제 영향으로 본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외환시장에선 원ㆍ달러환율 1,110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결국은 1,100원 붕괴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내년 상반기엔 평균 1,090원, 내년 하반기엔 1,06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원화는 저평가돼 있어 장기적으로는 달러당 1,000원 정도까지 내려가는 수준에서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2013년에는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면서 원화가치가 5% 내외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 추가적인 환율하락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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