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빚을 내 집을 산 서민ㆍ중산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고 막차를 탄 하우스푸어의 부실위험 주택대출은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영국, 미국 등 앞서 주택경기 침체를 겪은 선진국이 그랬던 것처럼 집값이 반등하지 않는 한 금융부실 우려를 털어내긴 쉽지 않다. 과연 우리나라는 언제쯤이나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수 있을까.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우스푸어 규모는 89만~108만 가구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하우스푸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상당수 전문기관은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달렸던 2005~2010년 담보대출을 얻어 집을 구입했다 원리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30, 40대를 대상으로 꼽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처분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납부비중이 40% 이상인 가구를 하우스푸어로 정의하며, 그 규모를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0%인 108만4,000가구로 추산한다. 또 한국주택산업연구원은 89만가구를 잠재적 위험계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집값 하락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주택매매 거래량은 작년에 비해 30% 이상 급감했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대출금이 집값의 80~90%에 육박하는 사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이미 집값이 바닥에 이르러 침체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매수세를 찾기 어려웠던 대형아파트의 경우 올 하반기 들어 급매물을 중심으로 점차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전세가율)이 전국 평균 61.7%에 달하는 점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평소 매매가의 절반이던 전세가율이 60%를 넘어 한계에 다다른 만큼 가격 반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시기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지만, 일본처럼 버블이 꺼지는 상황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내 주택시장의 붕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주택의 적정가격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지표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한국은 4.4(2010년 기준)로 미국(3.5), 캐나다(3.4)보다는 높지만 호주(6.1), 영국(5.2)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다.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서울(7.7)은 샌프란시스코(7.2), 시드니(9.6). 밴쿠버(9.5), 홍콩(11.4)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 유엔 인간정주권위원회는 선진국을 기준으로 PIR 5~6 정도면 정상으로 보고, 통상 10을 넘으면 가격에 거품이 낀 것으로 취급한다. 이 교수는 "국내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 필연적이라는 인식은 재고돼야 한다"며 "향후 소득 증가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가구수의 증가, 세대간 주거소비 차이 등을 고려할 때 2035년까지 주택수요가 30%가량 늘어날 전망이어서 집 값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