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17일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두번째 출석했다.
이씨는 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지시로 박 전 장관에게 1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150장을 전달한 인물로, 박 전 장관과는 기소된 이후 지난달 6일 대검 국정감사와 지난달 17일 증인신문에 이어 세번째 대면하는 셈이다.
이날 오후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는 종전처럼 이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둘러싸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변호인측은 장소, 시간, 상황 등 이씨 진술의 중요 부분이 조사를 받을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다고 지적하면서 이씨가 책임 회피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씨는 검찰에서 진실만을 말한 것이라고 맞섰다.
변호인측은 "처음에 150억원 전달 사실을 부인한 것이나 `제가 받은 돈을 제가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까′라고 검사에게 물어본 것은 뇌물공여 등 처벌이 무서워서 그런 것 아니냐"고 따졌고 이에 이씨는 "예상못한 질문에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처음에는 달리 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호인측은 또 "이씨가 박 전 장관과 대질시 손을 많이 떨고 얼굴이 창백해졌다는 수사기록이 있다"고 말하자 이씨는 "손을 흔들며 말하는 것이 그렇게 보였을 뿐" 이라고 대답했고, 이어 박 전 장관은 "당시 이씨가 수전증 환자처럼 손을 떨길래 `당신같은 훌륭한 사람이 왜 그렇게 손을 떠느냐′고 호통친 적도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공판에는 이씨 외에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박 전 장관의 운전기사 노모씨, 이씨의 운전기사 최모씨도 소환돼 증인석에 올랐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