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거래처 사장이 사망한 사실을 모른 채 300만원을 송금했다. 은행 측은 유족들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지만, A씨는 아직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지인에게 40만원을 보내려던 O씨는 뒤늦게 계좌번호가 틀린 사실을 알아챘다. O씨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계좌주인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6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 답답한 심정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비롯해 인터넷뱅킹, 폰(전화)뱅킹 등이 발달하면서 이 같은 실수가 은행거래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예금주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고의로 모르는 체 하는 일도 더러 있다.
현행법상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송금 받은 예금주가 자진해서 돌려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수령인이 돈을 인출하기 전까지는 형법상 횡령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고스란히 송금인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령인이 고의로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송금인은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는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은행은 예금주 정보를 알릴 수 없게 돼 있다.
또 휴면계좌나 채무가 있는 계좌의 경우에 송금인은 채권을 행사할 수 없어 소송에서조차 해결이 쉽지 않다.
과거 법원은 송금인의 실수로 돈이 입금된 경우에 예금주의 인적사항(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은행 측이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나승철 법무법인청목 변호사는 "은행거래 약관상 예금 채권의 상계가 되기 때문에 채무가 있거나 압류된 계좌에 잘못 입금된 돈은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도 패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민원으로 접수된 일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연히 주운 지갑의 돈을 마음대로 쓰면 횡령죄에 해당하지만 은행거래의 경우에는 실수로 돈이 입금됐어도 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액이 적은 경우에는 은행원이 민원을 피하기 위해 대신 물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고객의 실수로 잘못 입금된 경우에 반환청구서를 보낸 뒤 예금주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단 사비로 메우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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