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경찰이 수사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최구식(52) 전 한나라당 의원 등에게 수사 상황을 상세하게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박태석 특별검사팀은 21일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재판에 넘기고 9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최 전 의원이나 서울시장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의 보좌관 등이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들이 개입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내사종결 처분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김 전 수석이 조현오(57) 당시 경찰청장과 통화해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 종결했다.
검찰은 소환조차 안 했던 정무수석 기소 특검팀은 이날 김 전 수석과 김성준(45) 정무수석실 전 행정관, 김아무개(43) 전 행정요원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1일 오후 2~3시께 최동해 청와대 치안비서관한테서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현민(28)씨 등 4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2일 오후 언론브리핑이 예정돼 있다’는 보고를 받고 곧바로 최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이를 포함해 같은 날 최 전 의원과 무려 12차례 통화를 하면서 △공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공범의 진술 외 추가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12월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는 등 세부적인 수사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행정관과 김 행정요원도 같은 날 최 전 의원의 보좌관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비서 김태경(30)씨에게 10여차례 전화를 걸어 수사상황을 알려줬다. 김씨는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봉석)은 “정무수석이 최 의원에게 전화를 한 건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며 김 전 수석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김 전 수석은 정무수석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고, 검찰은 “자세한 수사정보를 유출했다는 건 진술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그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김 전 수석의 행위가 ‘중대한 수사방해’라고 판단했다. 박태석 특별검사는 “당시 최 의원이 배후로 의심받기 충분한 상황에서 수사정보를 알려준 것은 최 의원에게 장래 수사에 대비할 기회를 줘 수사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외압’도 ‘윗선’도 없었다? 특검팀은 김 전 수석이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에게 수사결과 축소 발표를 지시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경찰 발표에 국회의장 비서 김씨와 공씨의 공모사실이 포함되지 않은 건, 김 전 수석의 외압이 아닌 수사팀 내부의 판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9일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되기 전 김 전 수석이 조 전 청장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김 전 수석과 조 전 청장이 사전 조율 자체를 부인하고 △수사팀 모두 김씨와 공씨의 금전거래가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하며 △보도자료 초안 역시 조작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이유 등으로 사건 축소 발표 지시는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특검팀은 디도스 공격 ‘윗선’에 대해서도 “배후는 없다”고 밝힌 뒤, 공씨 등이 온라인 도박 합법화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평소 정보기술업체를 운영하던 강아무개씨 등이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큰 수익을 얻자, 공씨가 도박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강씨 등에게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려 했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한편 특검팀은 디도스 공격 대비를 소홀히 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보보안 담당 고아무개(50) 사무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디도스 공격을 받은 뒤에도 책임을 피하기 위해 중앙선관위 공무원들에게 허위보고를 한 김아무개(45) 엘지유플러스 직원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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