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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이들.. 가족들 하루하루 눈물로
  • jihee01
  • 등록 2012-05-24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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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딸인 정선(당시 6세·가명)이는 밝은 성격의 아이였다.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일을 했고 어머니는 태어난지 1년도 안된 둘째를 돌보느라 바빴다. 정선이는 투정도 부리지 않고 혼자서도 잘 노는 착한 딸이었다.

힘겹지만 열심히 살던 중 어느날 정선이 가족에게 슬픔이 찾아왔다. 정선이 부모님은 드디어 전셋집을 마련하게 됐다.
 
정선이도 이사를 돕겠다며 고사리 손으로 짐을 옮겼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자그마한 정선이가 다칠까 걱정이 돼 대문 근처로 비켜서라고 했다.

큰 짐을 다 옮기고 난 후 엄마는 정선이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른들이 이삿짐 옮기느라 다들 바쁜 사이에 대문 밖으로 나갔다가 길을 잃은 것이다.

정선이 부모님은 온 동네를 다 찾아 다녔지만 동네 길도 주민들도 생소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2009년 4월 정선이는 부모님과 헤어진 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몇년째 정선이를 찾아다니느라 동생은 양육시설에 맡겨졌다.

부모님은 정선이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오늘도 애타게 찾아다니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이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사람들이 있다. 가족들의 다정한 모습도 즐거운 웃음소리도 이들에게는 더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바로 실종아동 가족들이다.

매년 돌아오는 5월은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해맑은 웃음의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 없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 힘들게 밤을 지새운다.

25일은 세계 실종아동의 날이다. 실종아동을 기억하고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날이다. 우리나라도 실종아동 문제로 자유롭지 못하다. 아직도 많은 아동들이 실종돼 생사를 알지 못하고 가족들이 애타게 찾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실종아동 발생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실종아동 관련법이 제정된 이후 14세 미만 장기실종아동의 발생 건수는 2006년 7071건에서 2007년 8615건, 2008년 9485건, 2009년 9257건, 2010년 1만872건, 지난해에는 1만1425건으로 나타났다. 5년 사이 61.5%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3242건이 접수됐다.
 
성길(당시 11세)이는 1997년 1월29일 유치원에서 실종됐다. 점심을 먹고 성길이를 돌봐주던 아르바이트생이 물을 뜨러간 사이에 발생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2대독자이면서 약간의 자폐증세가 있던 성길이었다. 그래서 가족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지금은 성길이가 몸이 안좋은 상황이지만 교육을 잘 받으면 정상인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부모들은 진단을 받고 성길이에게 소홀하게 될 까봐 동생을 갖기를 포기했다. 자신들에게 성길이는 모든 것이었다. 가족들은 전국을 헤매며 성길이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늘(당시 5세)이는 1995년 6월16일 서울 구로동 집 앞에서 친구들과 놀다 실종됐다. 아직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실종아동의 문제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를 찾기 위해 생업을 소홀히 하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보니 또다른 자녀들은 친척이나 양육시설에 맡겨지면서 가족과 생이별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성환(당시 9세·가명)이 가족도 마찬가지다. 2008년 초여름인 6월. 성환이는 엄마가 청소를 하는 동안 집 앞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엄마는 점심식사를 위해 성환이를 찾았지만 아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불안함을 느낀 엄마는 아빠에게 연락을 취했다. 혼자서는 한번도 마당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성환이었다.

성환이의 부모를 비롯해 동네주민까지 힘을 모아 동네 구석구석을 뒤졌다. 성환이를 애타게 부르고 또 불렀다. 실종가족찾기 방송에도 출연하고 전국을 돌며 전단지를 돌렸지만 아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성환이의 부모는 그동안 아이를 찾느라 생업을 포기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빚까지졌다. 지금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아이 찾는 것을 포기했다.

고3이었던 혜희(당시 17세)양은 1999년 2월13일 반편성을 마친 후 친구들과 차를 마시고 집으로 가는 막차 버스를 타고 동네 근처 정류장에서 내린 뒤 홀연히 사라졌다.

혜희가 실종된 후 가족들은 혹시 인신매매단에 납치됐거나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을것으로 보고 동네주변을 샅샅이 찾았지만 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때의 충격으로 혜희 엄마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혜희의 언니는 현재 결혼을 해서 출가를 했고 아버지는 낡은 트럭에다 혜희 사진을 붙이고 전국을 찾아 헤매고 있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매년 우리나라에서 실종아동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자신을 지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부모들이 언제나 자녀를 잘 지켜보고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아동 안전 전문가 케네스 우든(Kenneth Wooden) 박사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아동실종 사고는 불과 35초만에 일어난다"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예방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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