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찰사가 있는 곳으로 가 보니 조용히 이야기하는 사이에 그는 백성을 위해 고통을 덜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호남 순찰사는 헐뜯어 말하는 기색이 많으니, 한탄스럽다. 나는 늦게 김응서와 함께 촉석루에 이르러 장병들이 패전하여 죽은 곳을 보니,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였다.”
기존의 <난중일기> 판본에 누락돼 있던 ‘을미일기’ 30일치 중 한 편이다. 국내 이순신 전문가인 노승석 순천향대 교수가 2007년 <충무공 유사>를 해독하면서 <난중일기> 초록 내용이 들어 있는 ‘일기초’에서 새로운 일기 32일치를 찾아냈다.
이번에 출간된 <교감완역 난중일기>에는 이 최초 공개된 일기들과 함께 그간 오독된 175곳을 바로잡아 수정했다. 이전의 모든 판본을 종합해 한자 한자 검토한 결과다.
누락된 ‘을미일기’에서는 학질에 걸려 고생하는 어머니의 소식을 알지 못해 눈물 흘리거나 상관과 동료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등 이순신의 인간적 면모를 알 수 있다.
<난중일기>는 7년 동안의 전쟁을 한 장수의 눈으로 그린 ‘전쟁일기’다. 전쟁이 발발하던 1년 전부터 거북선을 만들며 대비하던 이순신의 철저한 준비 정신은, 전쟁이 일어나기 넉 달 전인 1592년 1월1일부터 ‘전쟁일기’를 빠짐없이 써내려간 모습에서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다.
어깨에 탄환이 스친 일도 담담하게 써내려가던 그는 어머님의 부고, 아들의 부고에 비통함을 참지 못한다. 어머니의 부고를 접하고 “달려나가 가슴을 치고 뛰며 슬퍼하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해보였다”는 글귀는 대장부의 슬픔을 그대로 전한다. 노승석 옮김/민음사·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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