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지금 정치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
  • 최명호
  • 등록 2016-04-29 09:45:01

기사수정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민의가 드러났다. 십 여 년 만에 여소야대가 되면서 원구성의 윤곽이 잡혔다. 대통령의 불통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능한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한다는 '인민(의식 있는 개인)들'의 정서가 정확하게 반영된 선거였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여야정당들의 자체 내 이전투구는 "네 탓"의 구태를 여전히 재연하기 시작했고,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의 모습도 오십 보 백보였다. 곧 벌어질 저급한 정객들의 쟁론에 벌써부터 역겨움이 밀려온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지도자들은 어쩌면 인민들을 철모르는 어린아이들로 여기나 보다. 여기서 아이 같은 인민들을 달랠 방법은 그들에게 없는 것일까?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원조인 도시국가 아테네에서도 사정은 같았다. 그런데 이들은 정치에서 우선 언어의 의미를 분명히 하는 일에 힘을 기울였었다. 구성원을 계층별로 나누고 지켜야 할 덕목을 제시하면서 그들을 대안의 실천으로 이끌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덕목을 '중용'이라고 명명했다. 개인의 덕이란 우선 중용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고 또 그것을 실천하는 능력이었다. 인민들은 각 계층 즉 생산자, 수호자 및 통치자 계급의 덕목인 절제, 용기, 지혜란 무엇인지를 지적으로 습득했고, 다음으로 이것의 실천을 논의했다. 통치자는 인민들의 어버이와 같은 존재로, 그들에게 신분과 덕목의 개념을 정확히 알려주고 실천적으로 이끄는 일에 탁월성을 발휘하는 사람이었다.

어버이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 애들은 늘 자기들의 입장에서 많은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애들의 요구를 그들의 방식대로 들어주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피자를 한 판 갖다놓고 서로 많이 먹으려고 싸우는 아이들 형제를 공평하게 만족시키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다. 형이니까 더 먹어야 한다는 맏이의 주장과 동생이라서 손해만 봤다는 둘째의 주장 사이를 조정하는 일은 난제이다. 그런데 덕목을 합리적으로 헤아려온 그리스의 후예인 서양 사람들은 한 아이에게 자르는 일을, 나머지에게는 취하는 일에 우선권을 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자르는 아이는 취하는 일에서 후순위가 되므로 정성을 다해서 같은 두 조각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회를 나눔으로써 합리성을 펴는 현실적 실천이 된다.

만일 우리가 정치에서나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이 기회의 균분을 적용하면 어떨까? 대부분의 현안에서 여당은 여당이니까, 대통령은 대통령이니까 피자를 자르고 또 취하는 일 모두에서 우선권을 쥐려고 하면서 불만이 생기고 불통이 일어났었다. 서로를 인정하고 한 번에 하나씩만을 취하는 양보를 실천하면 공평과 공정이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한 정당 안에서 일어난 계파간의 갈등도 알고 보면 이와 대동소이하다. 예컨대 국회의원 후보자의 선발권도 기준을 정하는 쪽과 반대쪽이 그것을 적용하는 우선권을 균분했더라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저질의 정치촌극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다름 아닌 작지만 서로를 신뢰하는 정치 문화를 만들어가는 합리성이다. 알고 보면 합리성은 정치에서 암묵적 계약관계를 일컫는 다른 말이다.

덧붙여 정체를 만난 교차로에서 저쪽 차를 한 대 보낸 이쪽이 가는 양보운전은 자연스럽게 교통정체를 해소시키는 합리적 문화이다. 이런 합리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성숙한 정치인들을 20대 국회와 청와대에서 보고 싶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설악산 대청봉 높이 1,708m의 대청봉은 설악산의 최고봉이자 대한민국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면적이 400㎢에 달하는 설악산국립공원의 주봉으로 내설악·외설악의 분기점이 된다. 대청봉을 기준으로 서쪽 인제 방향의 내설악, 동쪽 속초·고성 방향의 외설악이 구분된다. 천불동계곡, 가야동계곡 등 설악산에 있는 대부분의 ...
  2. 동구, 2026 재난안전예산 우선순위 검토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동구는 10월 17일 오후 2시 3층 재난상황실에서 재난안전 관련 담당자들이 함께 2026년 재난 안전 예산 우선순위를 검토하였다.    이번 검토는 현재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101개 사업 186억 대한 적정성 심의, 예산반영 우선순위 등을 결정하여 재난 안전 관련 예산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또 시급한 재난 안...
  3. 울산 동구, NH농협은행 구 금고업무 약정 체결식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동구(구청장 김종훈)는 10월 17일 오후 4시 구청장실에서 NH농협은행과 구 금고업무 약정 체결식을 가졌다.    약정 체결식에는 김종훈 동구청장과 백창훈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등 주요 관계자 8명이 참석했다.      NH농협은행은 구 금고지정 제안서 접수에 단독으로 참여하여 지난 9월 29일 개최된 ...
  4. 2025-2026 절기‘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발령 [뉴스21일간=김태인 ]울산시는 질병관리청이 10월 17일 0시를 기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함에 따라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및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나섰다.  질병관리청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40주차(9월 28일~10월 4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이** 12.1명(외래환자 1,000명...
  5. 동구,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및 식중독 예방 캠페인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동구는 10월 17일 화진초등학교 일원에서 어린이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식생활 실천을 유도하고 식중독 예방 홍보를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이번 캠페인은 공무원과 어린이 기호식품 전담관리원 등 13명이 참여해, 어린이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어...
  6. [단독]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김현지 대통령실 1부속실장 — 경기동부연합 연결 의혹” 제기 [뉴스21일간=문제현 ][단독]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김현지 대통령실 1부속실장 — 경기동부연합 연결 의혹” 제기 인천 = 문제현사회2부 기자 = 2025년 10월 14일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이 과거 판결문에 적시된 인물과의 ‘알고 지낸다’는 문구를 근거로 경기동부연합과 연결..
  7. 카페정원‘소오소오’ 울산 제9호 민간정원으로 등록 [뉴스21일간=김태인 ]울산시는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민간정원 ‘소오소오’를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울산광역시 제9호 민간정원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소오소오’는 전체 면적 1,155㎡ 가운데 470㎡(40.6%)를 녹지로 조성한 도심형 식물정원으로, 교목 9종, 관목 8종, 초화류 33종 등 총 50여 종의 식물이 ...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