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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무섭고 진심은 통한다?- 허충호(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 최명호
  • 등록 2016-04-20 09: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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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국회의원 당선자는 승리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민심은 무섭고 진심은 통한다”고. 그러고 보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증을 받은 그의 숙연한 표정에서 나름 진심이 읽혀진다. 그러나 선거는 어디까지나 상대가 있는 법. 액면 그대로 칭찬만 한다면 자칫 상대후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니 그저 본인의 얘기 그대로만 듣는다.

사실 어느 후보인들 진심으로 선거에 임하지 않았겠는가. 선거의 결과로만 두고 본다면 상대적으로 진심을 덜 몰라주었거나 덜 통해서 그런 것이다.

이번 선거를 리뷰하면서 젊은층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공식집계는 아니지만 20대의 투표율은 지난 19대 총선보다 4.4%p, 30대는 7.7%p나 올랐다. 투표율도 지난 19대보다 3.8%p 상승한 58%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20, 30대 투표율을 대입하면 이들 연령대가 투표장으로 대거 몰려 나간 것이 전체 투표율 상승의 원인인 것으로 추론된다. 젊은층의 투표율이 이번 선거의 구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잠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본다.


지인인 전직 시의원이 삶의 궤적을 정리한 책을 펴냈다. 그렇고 그런 자전적 이야기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책을 읽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호적상 1968년생인 그의 책에는 지지리도 못살고 어려웠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열여섯의 나이에 자기보다 몇 배는 더 큰 방적기계를 조작하며 지쳐 운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버스안내양 생활은 젊은 나이에도 너무 힘겹고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입학·졸업식이 있는 날이면 손수 만든 꽃다발을 들고 교문 앞에서 “꽃 사이소”를 외쳐대던 억척 처녀는 스물여덟이 되던 해 처음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전문대학에 입학한다. 그렇게 시작된 학업이 점차 높은 단계로 이어져 이제는 당당한 ‘박사님’이 됐다. 이후의 삶은 그의 전공과 관련된 일로 채워진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의 젊은 시절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힘들고 괴로운 나날, 도무지 미래를 기약할 수 없었던 현실의 무게 속에서도 그는 희망의 씨를 뿌렸고, 마침내 소망했던 일들을 성취했다. 그의 인생역정은 소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돼 있다.

다시 이야기를 현 시점으로 돌려본다. 현재의 20, 30대, 그들에게 현실은 그의 경우처럼 해피엔딩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인가. 취업절벽은 이미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고, 대학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정치는 민복보다 그들만의 리그에만 몰두하는 분위기고, 정치인들은 여전히 불신받는다. 기업들은 ‘최악의 경영난’을 외쳐대고 가게주인들은 썰렁한 경기에 발만 동동 구른다. 그런 현실의 섬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이들이 지금의 20, 30대라면 과언인가. 자신과 주변의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도무지 미래 청사진에 희망을 가필할 수 없을 듯한 현실을 절감한 그들이 갑갑한 심경을 푸는 해방구로 투표장을 선택한 것이라면 소설을 쓰는 것인가. 만약 그게 맞다면, 여(與)나 야(野)나 패배나 승리의 목소리를 높이며 독배나 축배를 들 상황이 아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무서운 민심’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한다면 승리의 기쁨이나 패배의 쓰라림을 운운하는 것도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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