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부패 의혹으로 연방 경찰에 강제구인돼 조사를 받은 것을 계기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며 정치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의 측근은 전날 이 신문에 집권 노동자당(PT)과 정부가 룰라의 강제구인으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룰라가 "이제부터 나를 체포하면 나는 영웅이 될 것이고, 나를 죽이려고 하면 나는 순교자가 될 것이며 그들이 또다시 나를 체포했다가 풀어주면 다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룰라는 연방경찰의 강제구인이 추락하던 노동자당의 이미지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 전문가들도 "연방경찰의 강제구인이 룰라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노동자당을 단결시키고 마비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자당 소속인 한 연방 하원의원은 "소셜네트워크(SNS)에서도 시민·사회단체가 움직이고 있다"면서 "그동안 룰라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던 유권자들도 사법당국의 권력 남용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룰라는 전날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만났으며, 이 날은 연방 상원의장을 만나는 등 정치권에서 갈수록 보폭을 넓히고 있다.
룰라는 지난 4일 연방경찰에 의해 강제구인돼 부패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고 3시간 만에 풀려났다.
연방검찰은 룰라가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부패 스캔들과 관련된 대형 건설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룰라는 연방경찰이 자신을 강제구인한 것을 '미디어 쇼'"라고 비난하면서 눈물의 연설을 통해 2018년 대선에 출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8년 대선을 놓고 앞으로 나타날 여론의 흐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여론은 룰라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벌인 예상득표율 조사에서 룰라는 22%를 얻는 데 그치며 야권의 유력 후보에 거의 10%포인트 뒤졌다.
사상 최악의 침체 국면에 빠진 경제와 실업자 증가, 물가 상승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려 있는 것도 문제다.
오는 13일에는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친-반 정부 시위가 동시에 벌어질 예정이다. 정치권은 이번 시위 이후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