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공주 공산성 지하에서 백제가 깨어나다
  • 김용백
  • 등록 2014-09-23 10:34:00

기사수정
  • 백제 시대 완전한 형태의 대형 목곽고 최초 발굴
▲ 목곽고 전경     ©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충청남도 공주시 공주대학교박물관과 함께 공주 공산성에 대한 2014년 제7차 발굴조사에서 백제 시대 완전한 형태를 갖춘 대형 목곽고(목재로 만든 저장시설)를 최초로 확인, 백제 멸망기 나․당연합군과의 전쟁 상황을 추론할 수 있는 다량의 유물을 발굴했다고 23일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공산성 백제 왕궁 부속시설 발굴조사는 지난 2008년부터 연차적으로 진행됐으며, 올해 부속시설 영역 중앙부에 해당하는 곳을 조사한 결과 건물지군과 도로, 배수로, 저수시설, 축대 등이 기능과 위계에 따라 구획돼 있어, 백제 시대의 생활공간 활용과 건물 배치 기술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발굴조사한 유구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건물지군 북단의 대형 목곽고로, 크기는 가로 3.2m, 세로 3.5m, 깊이 2.6m이며, 너비 20~30㎝ 내외의 판재를 기둥에 맞춰 정교하게 조성했다.

 

바닥면에서 벽체 상부까지 부식되지 않고 조성 당시 모습 그대로의 원형이 남아 있으며 특히, 기둥 상부의 긴 촉이 테두리보 상부까지 솟아나 있고, 내부에서 기와 조각이 다수 출토된 점 등으로 보아 상부에 별도의 지붕 구조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백제 유적에서 목곽고는 대전 월평동 산성, 부여 사비도성 내에서도 발굴됐지만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으며, 하단의 바닥과 50㎝ 내외 높이의 벽면만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산성 목곽고는 상부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목조 건축물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으며, 당시의 목재 가공 기술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백제 시대 건물 복원과 연구 등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내부에서는 복숭아씨와 박씨가 다량 출토됐다. 이와 함께 무게를 재는 석제 추와 생활용품인 칠기, 목제 망치 등의 공구도 수습됐다. 석제 추는 원형으로 중앙에 고리가 있으며, 무게는 36g이다. 칠기는 목재를 가공하여 만든 것으로, 표면에 옻칠이 정교하게 칠해져 있다.

 

또 나무망치를 비롯해 목제 공이와 손잡이, 목제 가공품 등이 수습됐다. 특히, 원통형의 망치는 너비가 19㎝이고, 손잡이 길이는 15.5㎝로 간단하게 휴대할 수 있는 것으로, 목재를 결구할 때 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나무망치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공구로, 현재도 이러 형태가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디자인 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목곽고의 용도에 대해서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저장시설 또는 우물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선 벽면에 오르내릴 수 있는 말목구멍이 있으며, 외면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점토 다짐을 한 점과 내부의 틈새를 점토로 메운 것으로 볼 때 저장시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저지대에 물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입지하는 위치를 볼 때 우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형 목곽고는 백제의 목재 가공 기술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추와 목기, 씨앗류 등 백제의 생활문화상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타임캡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백제 시대 건물 복원과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를 제공한 공주 공산성 발굴현장은 관계전문가 회의를 거쳐 보존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 문화재청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배우 조진웅, 소년범 출신 의혹에 “사실관계 확인 중” 배우 조진웅이 고교 시절 소년범 출신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5일 보도에 따르면, 고등학교 재학 당시 정차된 차량 절도 및 성폭행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 이력이 있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해 그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기사 내용을 확인 중이며, 사실관계가 정리되는 대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
  2. 해남군, ‘서울–제주 고속철도’ 논의 주도…보성~목포 철도 개통 이어 교통 허브 전략 전남 해남군이 보성∼목포 철도가 올해 9월 개통된 데 이어, 서울과 제주를 잇는 고속철도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해남군은 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해남과 완도를 거쳐 제주까지 연결되는 ‘서울–제주 고속철도 구축 가능성 및 발전 전략’ 토론회를 오는 17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공동주최로는 해남 출신 및 완도 출신 지역구 의.
  3. 쿠팡,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박대준 대표 “피해자 보상 적극 검토” 쿠팡은 3370만 명에 달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피해자 보상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3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상 대상·방식·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피해 규모와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즉답을 ...
  4. 경찰, 캄보디아·태국 기반 스캠 조직원 28명 검거…‘글로벌 공조’ 첫 성과 서울경찰청은 4일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2개 스캠 범죄조직의 총책 포함 조직원 28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단속은 우리 경찰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조 작전 Breaking Chains의 첫 가시적 성과다. 인터폴, UNODC 등 국제기구와 태국·캄보디아 등을 포함한 16개국이 참여하는 이 플랫폼을 통해, 동남아 거점을 둔 초국가 범죄 조직을 겨냥한 ..
  5. 포천시, 2025년 하반기 포천사랑상품권 부정유통 단속 실시 포천시는 오는 12월 8일부터 12일까지 포천사랑상품권 가맹점을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부정유통 단속’을 실시한다.      이번 점검은 지역화폐의 건전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추진한다.    주요 점검 사항은 △실제 판매나 서비스 제공 없이 상품권 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처리한 경우 △실제...
  6. 이스라엘, 가자지구 재건 비용 부담 검토… 미국 요구에 원칙적 동의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에 따라 가자지구 재건 비용을 부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현지 시각 12일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년 가까이 이어진 군사작전으로 가자지구 전역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파괴에 대해 이스라엘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특히 공습과 지상 장비로 인한 건물 ..
  7. 민주콩고 동부 무력충돌 격화… 민간인 400명 이상 사망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정부군과 투치족 반군 M23 간의 충돌이 심화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현지시간 1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남키부주 정부 대변인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주도 부카부와 우비라 인근 지역에서 413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사망자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청년층이 다수 포함돼 ...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