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라는 말은 참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낱말이다.
말이란 게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그 의미도 달라지게 마련. 어떤 말은 아예 처음 뜻과는 반대의 뜻을 가지기도 하고 또 어떤 말은 각색이 되어 현실에 맞게 쓰이기도 한다.
손님이라는 단어 역시 그런 변화와 부침(浮沈)을 거듭해온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손님의 '손'은 '이어간다'는 뜻도 있지만 '모자란다'는 뜻도 있으며 심지어 '귀신'을 뜻할 때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쁜 농사철에 일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 좋은 예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손과 이어간다는 의미는 동일한 뜻으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손자 손(孫)으로 쓰이는 한자를 분석하면 그 의미를 좀 더 깊이 추정할 수 있다.
손(孫) 자는 아들 자(子)에 실 사(絲)로 구성된 말이다. 물론 더 엄격하게 말한다면 아들 자가 아닌 홀로 혈(孑)자이지만 아들 자와 함께 넘나들며 쓰이기 때문에 그냥 아들 자를 대표음으로 한 것이다. '손을 이어간다'는 것은 바로 '대를 이어간다'는 중차대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일손 역시 마찬가지다. 한 해 농사를 망치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사용했던 것이다.
이 말은 다시 시대에 맞게 변형을 하면서 요즘은 손님이라는 뜻으로 일급대우를 받고 있다. 장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님이 왕이지만 동시에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손님이 귀신처럼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하며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사 할 때 '손없는 날'을 택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귀신 즉, 나쁜 액운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하는 주술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귀신처럼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들 덕분에 장사는 돈을 버는 것이고, 또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장사를 하는 사람은 늘 손님맞이에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한 손님을 소홀하게 대하면 결국 열손님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럴 때 귀한 손(孫)님은 손해를 보게 만드는 손(損)님이 되고 말 것이다.
덜 손(損)자 역시 그런 뜻을 가지고 있는 한자다. 그래서 손 수변과 입구와 조개 패자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입 서비스 즉 친절에서 시작하는 법이고, 친절을 제대로 베풀지 못하게 되면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어떤 손님이라도 소홀히 대해서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대다수 상업인들은 손님이 빨리 내 가계물건을 사서 떠나주기만을 바랄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래서 겉으로만 비위를 맞추는 듯한 행동을 하는데, 손님은 직감적으로 그 모든 것을 알아챈다는 사실이다.
왜, 손님은 귀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