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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빨간 닭이 알을 낳기까지
  • 김재학
  • 등록 2012-12-12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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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닭 아홉 마리 농장 주인이 되어
올 여름 모내기를 하고 나니까 서울에 사는 아들이 닭을 길러서 계란을 내 먹자고 제안을 했다. 나는 어려서 어머니와 닭을 길러본 경험이 있어서 어려워 안된다고 했다. 닭에 대한 경험도 없고 닭이 얼마나 말썽을 부리는지 모르는 아들은 꼭 닭을 사고 싶다고 조른다.

토종닭을 길러서 유정란을 먹어야 된단다.

“그려! 정 그러면 닭장부터 지어봐. 닭은 거저 알을 낳는게 아녀"

눈썰미가 있는 아들은 닭장을 알뜰하게 하루 만에 지었다. 그리고 나니 닭사러 가는 것이 문제였다. 닭은 새벽 우시장에 가야 있단다. 새벽 장에 무얼 타고 간단 말인가 고민 끝에 차를 간신히 구해서 수탉 두 마리에 암탉 열네 마리를 샀다.

수탉을 두마리나 산데는 닭파는 아저씨도 걸작이다. 수탉 한 마리가 암탉 여러 마리 거느리기 힘이 드니까 한 마리 더 사라고 권한다. 닭장사한테 사료까지 사 가지고 왔다. 가뜩이나 농사일에 바쁜데 걱정이다. 아침이면 닭 모이랑 물도 주고 닭이 좋아하는 풀도 뜯어다 주느라고 여간 바쁜 것이 아니다.

한달을 기르다 보니까 닭이 한 마리씩 죽는가 하면  닭 발가락이 안으로 꼬부라지기도해 큰 걱정이다. 어려서 코병 드는 것을 보았어도  발가락이 안으로 휘어지는것은 처음 보았다.  나는 사료를 주고 물만 주면 되는 줄 알았다.

사람들한테 문의를 하니까 동물 병원에 가서 약을 사다 주라고 한다. 닭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도 모르는 아들은 언제 달걀을 낳느냐고 오기만하면 물어본다. 달걀은 부화한지 육 개월이 되어야 알을 낳는다고 한다.

나는 아들이 물을때마다 “시월이 돼야 6개월이야 그 때까지 기다려” 라고 대답했다.

어려서 어머니는 닭을 닭장밖에 벌레를 잡아 먹으라고 더러는  내놓았다가 가두는  일을 번갈아 가면서 하셨다. 모이는 사료가 아닌 곡식을 주었다.

닭을 밖에 내 놓으면 여간 말썽을 부리는것이 아니다. 남의 보리를 뜯고 김장밭에 채소도 다 뜯어 먹는가 하면 곡식을 심어도 발가락으로 헤쳐서 아주 못쓰게 만든다.

닭이 오개월이 되자 수탉이 처음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로 늦은 아침에 두어번 울더니 이제는 제법 목청을 높여서 운다. 새벽 다섯 시만 되면 어김없이 고요한 농촌의 아침을 흔들어 놓는다. 살맛나는 아침이다.

오래 만에 집에서 들어보는 새벽닭 울음소리다. 시계가 드물던 시대에 어머니는 닭의 울음을 듣고 새벽인줄 알고 일어나 새벽시장에 가셨다.

수탉이 울자 암탉 벼슬이 빨갛게 생기가 돌면서 알 젓는 소리를 날마다 하더니 결국엔 알을 낳기 시작했다. 닭들도 처녀 총각  합방이 시작되었나보다.

사료와 벼를 섞어 주니까 사료는 아예 하나도 안 먹는다. 닭에게 사료를 먹일때는 항상 동물이 먹는 마이신을 먹이라고 한다.

시나브로 닭이 죽어가다가 요즘은 사료와 마이신도 안준다. 순전히 자연으로만 기르니까  닭이 건강하게 잘 자라준다. 닭은 잡식이다. 곡식·풀 잎사귀·채소 닥치는대로 잘도 먹는다.

몇 달간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하루에 낳는  계란은 닭들 맘대로다. 여덟 개가 되기도 하고 두 개가 되기도 한다. 

토종닭 계란은 노른자가 유난히도 노랗고 잘 풀어지지도 않으며 맛이 고소하다.

달걀 하나 먹을때마다 공책 한권과 바꾸고 짚꾸러미에 꾸린 열 개 한 줄은 사친회비 한 달을 냈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그 뿐인가 다방에서는 달걀 하나 띄운 모닝 커피가 있었고, 집에 손님이 오시면 수란을 예쁘게 쪄서 손님 대접을 했었다. 그 달걀이 요즘은 천덕꾸러기가 되어간다. 

아들은 닭장을 치운 댓가로 계란 오십 개를 가지고 가면서 나누어 먹을 궁리부터 한다. 귀한 것이니까 나누어 먹어야 한단다.

계란 가격 한 줄 따져봐야 얼마 되지는 않지만 선물을 주면 받는 사람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나는 닭 아홉 마리의 농장 주인이 되어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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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을 하고 남은 배추는 우리 닭 모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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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옆에는 하트 모양의 땡골이 주저리주저리 달려 있어서 가끔 입가심으로 따 먹습니다. 이제는 눈속에 묻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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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맹스러운 수탉. 암탉 여러마리를 거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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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어머니 처럼 계란을 꾸려 보지만 영 안되요. 어머니는 우리가 어릴 때 계란을 팔아서 사친회비를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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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도록  빛이 나는  노른자 , 흰자는 미색이지만 삶으면 완전히 하얀색으로 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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