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마지막 효도′ 위해 책 절도..법원서 선고유예
  • 이주은 기
  • 등록 2003-10-13 00:00:00

기사수정
  • `병자뿐인 집안′서 모친에 바칠 논문 쓰려 절도
파킨슨씨 병 환자인 어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50세 아들이 ′마지막 효도′로 신학석사 논문을 쓰겠다며 논문에 필요한 윤리학 서적 등을 훔쳤다가 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노모(50.무직.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씨는 과거에 S대 신학대학원을 수료했지만 참고문헌이 없어 논문을 못썼고, 반월공단과 아파트 공사장 등에서 막노동을 했다.
폐결핵을 오래 앓았고 행려병자가 돼 서울시립 결핵병원이나 요셉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거나 직접 주사를 놓기도 했다.
한때 천주교 요양원과 천주교 빈민구제단체에서 일했지만 병으로 그만뒀다.
파킨슨씨 병을 앓는 어머니(83)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자주 혼수상태에 빠진다. 나병 장애인인 형(58.무직)과 어머니 앞으로 매달 나오는 생계보조비 40만원으로 관리비, 전기세, 약값을 내고 나머지로 끼니를 잇고 있다.
예전에는 척추 장애인인 세살위의 누나가 파출부 일을 했지만 지금은 세상에 없다. 초등학교 4학년 조카(10)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노씨는 지난 3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강남구 서울문고를 돌며 ′막스 쉘러의 철학의 이해′ ′한문의 이해′ ′윤리학과 메타윤리학′ 등 책 34권 38만2천260원 어치를 훔치다가 붙잡혔다.
검찰에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됐지만 벌금을 낼 돈이 없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노씨는 "적막과 고독이 죽음같이 무서워 책이라도 보려했다. 병자들뿐인 집안에 신문도, 컴퓨터도 없이 멍하게 벽만 쳐다보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학위라도 받으면 비참함뿐인 어머니께 마지막 효도가 될까 싶었다"고 말했다.
노씨는 "어머니의 비참한 생애를 욕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죄인이 돼 죽고만 싶다. 조카가 너무 불쌍하다"고도 말했다.
서울지법 형사12단독 천대엽 판사는 지난 29일 "대형 매장에서 절도를 저지르면 쉽게 잡힐 수 있는데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아 본인 말대로 당시 제대로 판단을 못했던 것 같고 특별히 돈이 되지도 않는 철학책 등으로 이득을 얻기보다 현실을 벗어나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며 가정형편 등을 감안, 벌금 50만원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울주군, 굴화권 복합문화시설 건립 검토 (뉴스21일간/최원영기자)=울주군이 범서읍 굴화 지역에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에 나선다.    27일 울주군의회에 따르면, 범서읍 굴화 지역 복합문화시설 건립 필요성을 제기한 박기홍 의원(사진)의 서면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울주군이 해당 사업을 공식 검토할 계획을 밝혔다.    박 의원은 “범서읍은 천상...
  2. 울주군, 귀농·귀촌 은퇴자 설계(창업)교육 성료 (뉴스21일간/최원영기자)=울산 울주군이 지난 17일부터 28일까지 울산광역시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추진한 ‘찾아가는 귀농·귀촌 은퇴자 설계 (창업)교육’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이번 교육은 은퇴자 및 퇴직(예정)자의 안정적인 귀농·귀촌 정착과 농업 분야 창업 역량 강화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총 6회에 걸쳐 운영됐다. 특히 기업체...
  3.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가 차별화된 생활밀착형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마을관리소가 지역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가 방어·화정·전하·남목 등 권역별 마을관리소 확대 운영을 시작한 올해 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체 마을관리소 4곳의 운...
  4. 꽃바위문화관 창작연희‘껄껄껄 연희상조’ 12.5~6. 공연 꽃바위문화관[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확보한 지원금으로 제작한 기획공연 ‘껄껄껄 연희상조’를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12월 5일(금) 오후 7시 30분, 12월 6일(토) 오후 3시와 6시, 총 3차례에 걸쳐 꽃바위문화관 공연장(동구 방어동)에서 진행된다.  ‘...
  5. 울주군의회 노미경 의원, ‘대한민국 위민의정대상’최우수상 수상 (뉴스21일간/최원영기자)=울주군의회 노미경 의원(행정복지위원장·사진)이 28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위민의정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정책분야·기초의회 부문)을 수상했다.    지방자치연구소가 주관하고 행안부와 지방자치 4대협의체가 후원하는 이 시상식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지방의원들의 ...
  6. 울산교육청, 영유아의 건강한 마음 성장 돕는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19일, 26일, 28일 총 3일간 외솔회의실에서 교사와 영유아 보호자를 대상으로 ‘영유아 정서·사회발달 지원’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영유아의 정서, 사회, 심리적 특성에 대한 교사와 보호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현장에서의 지원 역량을 강화하고...
  7. 울주군청 해뜨미씨름단, 의성천하장사씨름대축제 최강단· (뉴스21일간/최원영기자)=울주군청 해뜨미씨름단이 지난 23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경북 의성군 의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위더스제약 2025 의성천하장사씨름대축제’에서 최강단전 우승과 함께 김무호 선수가 한라장사에 등극하는 겹경사를 맞았다.김무호 선수는 지난 27일 열린 이번 대회 한라급(105㎏ 이하) 장사 결정전(5전 3선승제)에서 .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