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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교육감, 취임 3주년 <현장 공감> 첫 날..
  • 박승민
  • 등록 2012-05-07 2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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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교육감, 취임 3주년 <현장 공감> 첫 날..
혁신학교 의정부여중 교감으로 하루를 살다
 
3년 전 5월 6일, 우리나라 최초의 ‘진보교육감’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취임한 날이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인권조례, 평준화, 학업중단숙려제, 새로운 교사연수, 과감한 잡무경감 등 그가 도입한 정책과 교육과 사회에 대한 제안은 항상 우리 교육과 사회의 커다란 논란이 되었고, 교육개혁의 의제가 되었다.
 
김상곤 교육감이 취임 3주년을 맞아 교육현장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혁신학교, 학생인권과 학교폭력, 무상급식과 교육복지를 주제로, ‘시찰’과 ‘점검’이 아니라, 교감으로, 교사로 하루를 온전히 살면서 성과와 문제점을 직접 살핀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과 모든 중간 과정 생략하고 날 것으로 ‘맞장 소통’을 한다.
 
첫 날, 의정부여중에서 안병학 교장으로부터 ‘명예교감’ 위촉장을 받고, 교감으로서 하루 업무를 시작했다.
의정부여중은 1955년에 개교한 730명 28학급 규모의 도심 속 낡은 학교로, 선호도 높은 학교가 아니다.
이 학교는 지난 2011년 3월 혁신학교에 지정되었다. 경기북부 중등 혁신학교 교사모임이 2010년 7월 포천의 어느 외딴산장에 모여 밤샘 토론 끝에 ‘일’을 벌인 결과다.
 
10시에 교장, 멘토교감 이덕희, 명예교감 김상곤 교육감, 교무부장 이경석, 행정실장 이재우 등 5명이 모인 기획협의회가 열렸다.
아버지모임 행사, 동아리연합 활성화, 학사일정 변경, 또래학습 활성화 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경석 교무부장이 강하게 질타한다. “매주 금요일은 교사회의가 정한 메신저 없는 날”인데 지난 주 2명의 교사가 어겼으므로, 그 분들에게 메신저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곤 명예 교감은 ‘학습분위기 조성’과 ‘학생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례적인 당부’를 ‘간곡히’ 한다.
 
안병학 교장은 학교가 살아나는 모든 공을 교사들과 학교구성원들에게 돌린다. 수많은 갈등이 있어도 구성원 전체가 난상토론을 벌이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 대부분 다 해결된단다. 아주 작은 교장실은 아이들 글과 시들이 벽면을 메운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공간이다.
 
이어진 교육과정부와 김 명예교감과의 협의회에서는 모든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안교장과 다르게 말한다.
교사들이 힘을 내는 바탕에는 권위주의를 버린 교장.교감의 수평적 리더십, 과감한 권한 위임과 행정업무 경감, 전시적이거나 불필요한 관행을 벗어 던지는 관리자의 교육적 배려 때문이라고.
좋은 학교나 좋은 가정이나 좋은 나라는 공통적으로, 서로를 신뢰하는 기반 위에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과정부와 김 명예교감과의 ‘교육과정 협의회’는 매우 진지하고 열띠게 진행되었다.
5월 10일에 있을 다른 학교 교사들까지 함께 하는 ‘제안수업’, 교과통합프로젝트 평가 계획, 소풍과 극기훈련을 새롭게 교육적으로 재구성한 주제통합 기행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
 
김 명예 교감은 “학교의 힘은 교사의 힘이라는 것을 알겠다. 선생님들의 교육적 열정이 감동스럽다”며, “그런데 이 많은 일들을 힘들어서 어떻게 다 해내시나?”라고 묻는다.
 
원래 교사의 일이라는 게 일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다”라는 이소윤 교육과정 부장은 “불필요한 일, 말도 안되는 일을 해야 하니까 버겁고 힘들어지는 거다”라고 답한다.
 
이소윤 부장은 그리고 “이 학교에 와서 교사로 사는게 행복하다. 우리 학교에서는 내가 좋아서 한다”며, “관행처럼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우리가 의논하고 우리가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과 아이들로부터 곧바로 피드백된다. 교사로서는 최고로 행복한 ‘일’을 하는 거다”라고 말한다.
서진영 교사는 “혁신학교 처음에는 교사들도 교육과정 재구성을 두려워했고, 아이들도 교과서 순서대로 가르치는 기존 방식과 다르니까 왜 이렇게 ‘드문드문’ 가르치냐고 항의성 질문을 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다르다.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 부쩍 좋아졌고, 수업을 즐거워 한다”고 밝힌다.
서 교사는 또한 “수많은 토론을 통해 교사들도 교과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감을 버렸다. 중간 지필고사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교사별 논술평가로 대체한다”며, “내 수업은 내가 책임진다. 그리고 서로 나누며 점검한다. 교사들 자체로 신문을 발행하여 수업과 교육을 공유한다”고 답한다.
 
김 명예 교감은 1학년 4반 김현주교사의 영어수업과 1학년 5반의 수학수업, 1학년 3반의 주제통합기행 팀티칭 수업을 참관하고, 아이들과 함께 급식을 먹었다.
이 학교 구성원들은 잠시 짬만 나면 자기 학교 자랑에 밥 먹는 것도 뒷전이다. 진심으로 학교를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보일 수 있는 표정과 언어다.
 
김 명예 교감은 이어서 1학년 교사들과 교과통합 프로젝트 생태체험 평가 반성회를 함께 가진 후, 2학년 9반 학생들과 혁신학교에서의 공부와 생활 전반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일정을 마무리 한다.
 
김 명예 교감이 지난 해 11월 핀란드 방문 당시, 어느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교생활이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서른 몇 명 아이들 모두가 아무런 갈등 없이 ‘학교와 공부가 행복하다’고 손을 들었다. 김 교육감은 그 모습을 내내 부러워했다.
 
김 명예 교감이 의정부여중 학생들에게도 물었다. “여러분! 학교 생활이 행복합니까?” ‘요즘 가장 격정적이라는 중2 학생들’ 25명 중 대부분의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든다.
 
혁신학교는 완성된 학교가 아니다. 우리 교육의 한계와 절망을 교육적 본질에 대한 꼼꼼한 되물음을 통해 살피고, 교육공동체의 건강한 자발성으로 ‘새롭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공교육을 살려 내자는 것이다.
 
혁신학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교육감도 혁신학교 정책이 좀 더 현장과 밀착된 정교한 기획과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함을 거듭 주문한다. 그러나 오늘 혁신학교 의정부여중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한계와 성과를 직접 정확히 살피고 소통한 김 교육감의 표정이 내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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