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상품분야의 양허안을 6월말쯤 교환키로 하는 등 기본적인 협상틀을 마련하는 소기의 성과를 내고 11일 종료됐다. 한-EU 양측은 또 상호 관심사항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등 향후 협상에서 속도를 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집중했으며, 이에 따라 7월 2차 협상에서는 모든 이슈가 협상테이블에서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6일 협상 공식 개시선언, 7일 1차 본협상에 돌입한 한-EU 양측은 이날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닷새간의 일정을 마쳤다. 한-EU 양측 모두 이번 협상에 대해 상호 우호적인 관계에서 건설적이며 생산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은 1차 협상으로서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협상 담당자간의 신뢰 형성이 상당부분 이뤄졌다"고 자평했으며 이그나시아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수석대표 역시 "생산적인 협상이었다"고 밝혔다. 양국 협상단은 1차 본협상을 통해 공산품 관세를 협정발효 10년내에 모두 철폐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관세양허 방식은 즉시철폐, 3년내 철폐, 5년내 철폐로 단순화하기로 원칙을 정했다. 다만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5년보다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우리측은 철폐기간을 장기로 가져가거나 저율할당관세(TRQ) 등 다양한 방식을 선호한다는 입장인 반면, EU측은 기간을 길게 가는 것으로 단순화하자는 입장이다. 전체 상품의 관세 철폐 수준은 액수와 품목 모두에서 최소 95%선 이상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농산물 등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상호 인정하기로 했다. ■ 서비스 분야도 높은 수준의 개방 예상 이번 협상에서 EU측이 예상대로 서비스 분야와 지적재산권(IPR)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따라서 속도를 내는 상품분야에 비해 서비스분야는 한미FTA 협상 못지 않은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개방 방식에 대한 입장이 서로 차이를 보여 논의가 상품분야에 비해 느리게 가고 있다. 우리측이 한미 FTA에서 처럼 네거티브(열거한 것 외 전부 개방) 방식을 주장하는데 비해 EU측은 포지티브(열거한 것만 개방) 방식을 표명했다. 서비스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EU측의 관심분야는 통신과 우편택배 사업. EU측은 통신서비스의 국경간 거래 규체철폐를, 우편택배서비스는 우편택배의 민영화를 전제로 한 문안을 제시했다. 우리측은 우편분야가 국가 독점 분야임을 강조하고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우리측DMS 건축사, 간호사, 수의사 등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 문제와 연안해운 서비스 시장에 대한 개방확대에 협상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EU측은 법률, 회계,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도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재권의 경우 EU측은 한미 FTA에서 타결된 수준을 기본으로 지재권 보호 입법을 넘어 실질적인 보호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며 의약품 정보보호 및 스카치위스키처럼 지리적 명칭으로 유명한 제품의 상표권을 인정하는 '지리적 표시제(GI)'에 대한 보호를 별도의 조항을 통해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베르세로 대표는 "포지티브 방식을 선호한다고 해서 서비스시장 개방 의지가 낮은 것은 아니며 높은 수준의 서비스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지적재산권 분야 협정문도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을 생각하고 있으며 2차 협상 때 좀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U 반독점규제 완화 요구' 사실 아니다 한편, 이날 일부 언론은 EU측이 반독점규제 완화를 요구했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 수석대표는 "일반적으로 FTA에서 경쟁정책을 다루는 것은 기업의 경쟁제한적인 행위로 인해 FTA효과가 반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도 EU측은 카르텔,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등 경쟁제한적 행위를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한-EU FTA 2차 본협상은 오는 7월16~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다. 1차 협상이 탐색전이었다면 2차부터는 상품 관세 양허안과 서비스 시장 개방요구 등이 구체적으로 표면화될 전망이다. 양측은 최종 결과물에 근접한 상품 양허(개방)안을 6월말쯤 1차 교환할 예정이다. 김 수석대표는 "2차 협상에서 모든 쟁점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도록 양측이 철저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며 "6월말까지 협정문 초안과 상품 양허안을 교환하고 협상이 미진한 분야는 중간협의와 화상회의를 통해 진전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