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방북한 헤커 박사 NYT 인터뷰서 밝혀...보즈워스 대표, 한.중.일 긴급 방문
북한이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고 있다고 공개했다. 우라늄 농축 시설은 핵무기 원료를 만들 수 있어 북핵 문제가 또다른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지난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핵 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20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원심분리기 수백기를 갖춘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여줬다”며 ‘초현대식 제어실’을 통해 통제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원심분리기 2000기가 이미 설치돼 가동중이라고 주장했다고 헤커 소장은 전했다. 그는 북한에서 돌아온 뒤, 백악관에 이를 보고했다.
헤커 소장은 이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 영변 핵시설 방문보고서’를 통해 지난 12일 존 루이스 스탠포드대 명예교수와 밥 칼린 전국무부 북한분석관 등 일행이 “2012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중인 영변 실험용 경수로의 연료가공 장소에서 현대식 우라늄 농축시설로 안내됐다”고 말해 이 농축시설은 영변지역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이 4번째 영변 핵단지 방문이라고 밝힌 그는 이곳에서 “1천 기가 넘는 원심분리기가 구축돼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확인했음을 분명히 했다.
헤커 소장은 “북한 관리들로부터 이 시설이 새로운 경수로 연료로 사용될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곳이며, 시설 구축은 지난해 4월에 시작했고 몇일 전 완성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도 북한의 기존 핵시설과는 달리 우라늄 농축시설들이 초현대식이고 깨끗했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의 이런 의도적인 핵시설 공개는 북-미 양자회담을 위한 협상 전략일 수도 있지만, 후계 체제 구축기를 맞아 핵개발 계획을 강행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해 미 언론들은 백악관의 고위 관리가 “이는 또다른 도발적 행위이고 사실이라면 자신들의 발언을 스스로 어기는 셈”이라고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북한은 최근 헤커 소장 외에도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의 잭 프리처드 소장 등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을 계속 초청해 영변에 경수로를 건설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등 이들을 간접적인 메신저로 활용하고 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국제과학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만일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면 새롭게 건설중인 100㎿ 경수로에서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해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해 시범적인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일본·러시아·한국 등 6자회담 당사국들에 정부 관리를 파견하고 동맹국과 의회에 급히 브리핑을 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 중국, 일본 방문길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즈워스 대표가 이끄는 미국 정부 방문단이 한중.일 3국과 북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아시아 방문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 일행은 21일 밤 서울에 도착해 한국 당국자들과 협의를 가진 뒤 22일 일본 도쿄, 23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뒤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보즈워스 대표의 이번 한.중.일 3국 방문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영변에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경수로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설명: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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