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대혜보각선사서’ 등 34건의 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대혜보각선사서는 조선 시대 강원(講院)의 학습 교재로 널리 사용된 책으로 계속 간행됐는데, 간기가 확인되는 간본만 약 30종에 이른다.
특히 이 책은 현존 유일의 고려본으로 조선 사찰본의 모본이 됐던 귀중한 판본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이 책은 불교학 연구와 서지학 분야의 고판본 연구에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장(法藏, 643∼712)이 편찬한 ‘대승기신론의기’는 원효의 주석서인 기신론소(起信論疏)에 영향을 받아 저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에 쓰여진 기신론(起信論)에 관한 주석서는 대부분 바로 의기(義記)를 참작했을 정도로 훌륭한 주석서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수차례 간행돼 널리 유통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이 책이 고려 말에 간행된 유일본으로 알려졌다. 책은 약간의 보판이 있어 초간본(初刊本)으로는 볼 수 없으나, 국내 유일본이라는 점에서 불교학 및 고판본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판단되고 있다.
‘묘법연화경’은 조선 시대 성달생(成達生)과 성개(成槪)가 서사해 간행한 판본을 저본으로 1448년(세종 30년)에 간행한 판본이다. 특히 7권 말에 안평대군의 수서(手書) 발문(跋文)이 수록돼 있어 조선 전기의 명필가였던 안평대군의 서법 특징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문화재청은 많지 않은 안평대군의 필적이라는 점에서 이 판본은 조선 전기의 서예와 불교 서적의 판본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녔고, 국가 문화재로 지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언해) 권 3’은 1461년(세조 7년)에 주자소에서 을해자(乙亥字) 대·중·소자(大·中·小字)와 한글 활자로 간행한 국역본으로 전 10권 가운데 권 3이다. 본문에는 주서(朱書)로 교정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활자를 조판해 처음으로 인출해 수정을 가한 교정본으로서 조선전기 불교학과, 서지학 그리고 중세국어사 연구 자료로 매우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풍아익(風雅翼)’은 중국에서 언제 우리나라로 전래됐는지 알 수 없으나, 1553년(명종 8)에 백광홍에게 반사(頒賜)된 내사본(內賜本)으로 10책 완질본이다. 국내에서 완질이 모두 남아 있는 예를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희귀본으로 평가받는다.
풍아익은 조선전기에 금속활자로 간행된 서적 중 규모가 방대하고, 시학(詩學)의 교과서적인 역할을 담당한 서적이라는 점에서, 조선 전기 시문학의 연구 및 도서 출판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말미(末尾)에 계미자(癸未字, 1403)·경자자(庚子字, 1422)·갑인자(甲寅字, 1434)의 세 활자의 주자(鑄字) 발문을 함께 수록했다. 이 경우는 드문 예로 보통은 해당 활자의 주자(鑄字)사실만을 기록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선 초기 금속활자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상지은니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4’는 고려 후기 14세기 중기에 상지(橡紙)에 은니(銀泥)로 사성(寫成)한 화엄경(華嚴經) 80권 가운데 권 4에 해당하는 잔권(殘卷) 1첩이다. 권수에 변상도(變相圖)는 없으나, 표지는 연화문으로 돼 있으며, 전체적인 보존상태가 양호한 사경이다.
상지에 은니로 쓰인 사경은 현재 국내에 모두 11점이 남아 있는데, 이중 화엄경은 단 2점이 수장되어 있다. 고려 후기, 사경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어 국가지정 문화재로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봉화 청량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은 ‘지장보살상’, ‘도명존자’, ‘무독귀왕’의 3개 상으로 이뤄져 있다. 복장에서 발견된 발원문과 양식분석을 통해 제작연대는 1578년(선조 11)으로 추정된다.
이 불상은 이 시기에 만든 불상이 매우 드문데다 제작 시기에서 알 수 있듯 조선전기와 임진왜란 이후 조선후기 불교조각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매우 귀중한 기준자료다.
또한, 불상에서 보이는 개성이 있는 표현이라든지 우수한 조형성 등을 볼 때 당대 최고의 조각가가 조성한 불상임을 알 수 있어 보물로 지정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외에 ‘서산대사 행초 정선사가록’, ‘김정희 해서 묵소거사자찬’ 등 27건의 조선후기 명필의 서예작품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 문화재들은 문화재청이 올해 추진한 ‘우리나라의 옛 글씨’ 일괄공모를 통한 조사·지정사업의 성과물이라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문화재청은 지난해에도 조선왕실의 어필 11건과 조선전기 명필의 서예작품 9건을 일괄공모를 통한 조사·지정사업을 통해 지정한 바 있다.
올해 조선후기 명필의 서예작품이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되면 2년 간에 진행된 우리나라의 옛 글씨 조사 지정사업은 마무리된다. 문화재청은 이 사업을 통해 우리 전통 서예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서예 분야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기준을 세우는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보물 지정 예고는 30일간 관보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공고되며 예고 후 6개월 이내에 문화재위원회의에서 최종 지정 여부가 심의·결정된다. 지정예고 기간 동안 관련 내용에 대한 의견이 접수되면 최종 지정 심의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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