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가 발사 137초 만에 폭발해 추락했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명확한 원인 분석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10일 저녁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과의 일문일답에서 “나로호 상단 위아래에 설치한 2대의 카메라를 통해 1단 연소 구간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나로호는 발사 뒤 3분49초(229초)에 1단 엔진 정지 명령을 받게 돼 있어 폭발이 일어난 137.19초 때는 1단 연료가 계속 연소되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8월 1차 발사 실패의 원인인 페어링이 분리되는 3분35초(215초)보다 훨씬 이전이어서, 1단 로켓의 결함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 원장은 하루 전인 9일 오후 소화장치의 오작동으로 분출된 100t의 소화용액 일부가 1단 엔진에 들어가 완전연소가 일어나면서 폭발한 것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서는 “소화장치는 원인을 찾아내 조처한 뒤 러시아와 완벽한 점검을 마친 상태여서 폭발사고와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나로호 1차 시도 때는 발사체가 수직으로 올라가다 태평양 쪽으로 돌아가는 ‘회피기동’을 한 반면 이번에는 수직으로만 올라간 것이 사고와 연관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회피기동은 각도만 달랐을 뿐 올해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답변했다.
이날 발사 실패 뒤 한국과 러시아 양국 전문가들은 곧바로 회의를 열어 사고 원인에 대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들이 확보되지 않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나라 기술진은 나로호가 폭발한 뒤 공해상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하고 잔해를 수거하기 위해 명확한 좌표를 찾고 있다고 항우연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나로호의 실패 원인은 전문가들이 정상적으로 통신이 이뤄진 137초까지의 각종 수신 데이터와 카메라에 담긴 영상 등을 토대로 분석을 한 뒤에야 나올 것으로 보여,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리하게 발사 밀어붙여
나로호는 발사 전부터 이상한 조짐이 속출해 발사를 무리하게 강행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로호의 실패는 기술적 결함이 직접 원인이겠지만 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이 발사체 기립 지연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음에도 무리하게 발사를 밀어붙인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항우연은 지난 7일 발사체 기립 과정에 불안정한 전기신호가 발견됐는데도 기립을 강행했다.
이미 반나절 이상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다음날인 8일 발사 리허설을 그대로 진행했다. 9일에는 소화장치 오작동으로 소화용액이 분출돼 발사 운용이 중단됐음에도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보다 관련 부품들을 통째로 교체하고 10일 발사를 강행했다. 또 10일 오전에도 나로우주센터 상공에 구름이 많이 끼는 등 기상상황이 최적 상태가 아님에도 공군 비행기까지 동원해가며 발사를 추진했다.
사고조사 위원회 가동‥한-러 '책임 논란' 일 듯
교육과학기술부는 조만간 한.러 기술진이 모인 FRB, 즉 사고조사위원회를 열어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가릴 예정이다.
3차 발사 입장을 밝힌 만큼 교과부는 사고 원인이 러시아측 1단 로켓에 있다면 러시아가 추가 발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로호 1단 로켓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제작한 액체추진 로켓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러시아가 체결한 계약서가 얼마나 구속 조건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계약서는 발사에 실패할 경우 러시아측이 별도의 비용 청구없이 한 번 더 로켓을 발사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계약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이행을 강제하는 조항이 계약서에 없는 데다 로켓발사가 실패냐 성공이냐를 놓고도 다툼이 있을 수 있어 먼저 폭발의 원인부터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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