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형제 중 유일한 생존자로, 미국 현대 정치사의 '산 증인'이자 진보정치의 '대부'로 불려온 에드워드 케네디(Edward M. Kennedy,77세) 상원의원이 25일(이하 현지시간) 지병인 악성 뇌종양으로 별세했다.
유족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매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가족의 구심점이자 기쁨의 빛이었던 그를 잃었다"면서 "미국을 사랑했고, 인생 전체를 국가에 헌신한 그의 믿음과 인내의 본보기는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름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6일 애도성명을 통해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지도자를 잃었다"면서 "그는 나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미국 역사에서 두드러진 인물"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케네디 상원의원의 사망 소식에 "가슴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미국 정치의 중요한 장(章)이 막을 내렸다"고 애도했다.
이밖에 지미 카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등도 애도성명을 발표했고,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 토니 블레어 전 총리등도 케네디 의원을 추모하는 성명을 발표하는등 세계 각 국 지도자들의 애도가 잇따랐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이날 케네디 의원의 유족 앞으로 서한을 보내 심심한 애도를 표시했다.
1971년 당시 신민당 대선후보로 미국을 방문한 DJ를 "한국의 존 F.케네디"라고 불렀던 케네디 의원은 1980년 DJ가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자 구명운동에 앞장섰고 미국 망명 생활과 귀국 때도 큰 도움을 줬다.
1932년 케네디 가문의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에드워드 케네디는 1962년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뒤 반세기에 가까운 47년동안 상원의원을 지냈다.
그는 특히 1969년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가 된 이래 대통령 후보로 줄곧 거론됐지만 198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카터 전 대통령에게 패했고, 또 여러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1982년 대선포기를 선언하는등 대권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9차례 상원의원으로 재임하면서 왕성한 활동으로 미국의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민주당의 '거목'으로 부상했고,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오바마를 적극 지원하며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미국 언론들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암살에 이어 에드워드 상원의원이 타계하면서 케네디 가문의 정치적 시대가 사실상 마감됐다고 전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두 형과는 달리 47년동안 상원의원으로서 케네디 가문의 수장역할을 해왔던 만큼 그의 타계는 이제 케네디 가문 1세대 정치인들의 완전한 퇴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이달 초에는 '스페셜올림픽'의 창설자인 여섯째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가 별세하면서 케네디의 9남매 중에는 현재 여덟번째 진 케네디 전 아일랜드 대사만이 남게 됐다.
케네디 가문 2세대의 주요 인물로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과 로버트 케네디의 장남인 조지프, 차남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그리고 에드워드 케네디의 아들인 패트릭(로드아일랜드주 하원의원)과 에드워드 케네디 주니어 등이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전 국민 의료보험제 실시에 진력해온 케네디 의원의 타계로 현재 국론분열상을 빚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의 향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케네디 의원은 최근 건강보험 개혁 입법안의 상원 표결시 `사표(死票)'를 막기 위해 자신이 사망하면 후임자를 신속히 지명하도록 매사추세츠주의 법률개정을 요청한 바 있다. 이는 현재 민주당 소속인 데벌 패트릭 주지사가 손쉽게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현행 매사추세츠주의 선거법은 미국의 다른 주들처럼 주지사가 궐석이 된 의원직 후임자를 지명하도록 한 것과는 달리 궐석 이후 145~160일 사이에 특별선거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매사추세츠주 의회가 선거법 개정에 나설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워싱턴D.C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될 것이라고 CNN방송과 AP통신 등이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이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경우 1963년 암살당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196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직후 역시 암살된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과 함께 케네디 3형제가 모두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