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로 서울역앞 대우센터 빌딩이 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 손에 넘어가던 9일 대우건설 직원들은 착잡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대우센터 빌딩은 김우중 전 회장과 대우그룹 세계경영의 전초기지로 대우 사람들에게는 옛 대우그룹의 영욕이 서려 있는, 단순한 사옥 이상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건물이기 때문이다.이날 대우센터 빌딩이 팔린 것은 과거 대우 사람들에게 있어 마지막 남아있던 대우그룹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의 관문에 우뚝 솟아 있는 23층짜리 갈색 건물은 한때 한국경제 압축 성장의 상징이었다. 고도성장의 시절 '가장 먼저 불이 켜지고 가장 늦게 꺼지는 건물'로 대우 세계 경영의 심장 역할을 했다. 1967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우실업을 세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사세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74년 교통부가 짓다만 교통회관을 사들여 3년 뒤인 1977년 대우센터 빌딩을 만들었다. 대우 가족이 한곳에 모여 일할 곳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당시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컸던 이 빌딩은 공사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었다. 빌딩이 완공된 후에는 꼭대기 25층(대우빌딩에는 4층과 13층이 없다)의 김우중 전 회장 집무실을 필두로 대우건설, 대우자동차,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 대우전자 등 그룹의 전 계열사가 이 빌딩을 거쳐갔다.대우건설의 한 임원은 "이 빌딩은 대우그룹의 모태이며, 터전이며, 산 역사나 다름없다"며 "외환위기가 닥쳐 그룹이 해체된 이후에도 대우빌딩은 옛 대우그룹 임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역사성 때문에 모건스탠리와 매각 계약서에 사인을 한 이 날, 대우건설의 분위기는 겉으로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오랫동안 이 곳에 몸담았던 간부와 임원급 직원들의 속내는 침통함이 뭍어났다. 한 직원은 "지난해 말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팔리고, 배지를 '오대양 육대주' 마크에서 '윙'으로 바꿔달 때 만큼이나 기분이 묘하다"고 전했다.더욱이 금호아시아나가 인수한 지 불과 반년 만에, 국내 자본이 아닌 외국계의 손에 빌딩이 넘어가면서 이들의 허탈감은 더하다.당초 대우센터 빌딩은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제2 사옥이 완공(내년 말)되는 시점에 맞춰 내년께 매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조4천225원이라는 거액에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준(주당 3만2천원선)으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조기매각'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빌딩 매각자금으로 대우건설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해 현재 2만9천원대인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나머지 자금을 대우건설의 신사업 동력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회사가 팔리고, 대우 마크가 사라졌는데 건물만 남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모쪼록 빌딩 매각이 앞으로 회사 가치를 높이는데 제대로 활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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