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해수부 장관 “공동어로구역 위치·면적 11월 협의”
대결과 적대의 바다, 서해가 남북간 군사충돌 위험지역에서 ‘경제’와 ‘평화’가 공존하는 공동번영의 장으로 거듭난다. ‘2007 남북정상선언’의 핵심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군사적 대결에서 경제협력으로의 큰 발상 전환을 의미한다.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정,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해주항 개발사업 추진 등 해양수산 관련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면서, 구체적인 협의 이행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5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남북정상회담 해양수산관련 합의사항에 관한 브리핑을 갖고 “이번 남북정상선언을 통해 서해 수역의 평화적·경제적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서해지역 어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며 “속도를 내 협의사항들을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번 합의로 군사충돌 위험지역이던 서해바다에 남북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로’가 지정되고 민간선박이 해주 직항로를 통과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공동어로구역의 구체적인 위치나 면적, 구역내에서의 어로방법, 척수제한, 공동관리방안은 11월 장관급 회담에서 협의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 ‘화약고’ 오명 벗은 서해, ‘남북 윈-윈 공동조업장’ 된다 현재 서해 북방한계선(NLL) 접경수역에서는 어로한계선(한과 인접한 경계어장에서 어선피납방지를 위해 설정된 어업활동 통제선) 이북수역의 경우, 서해 5도서에 사는 어민들이 소유한 297척만 조업이 허용돼 있고, 어로한계선 이남 특정해역에는 약 500여 척이 조업을 하고 있다. NLL은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 북한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경계선으로, 육상 군사분계선(MDL)이 끝나는 한강하구 말도 인근에서 해주해역(우도와 연평도), 백령도를 잇고 있다. 서해에서 1999년과 2002년 발생한 군사적 충돌이 결국 꽃게잡이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NLL 인근해역에 공동어로를 두는 것은 ‘경제협력’과 ‘평화구축’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강 장관의 설명이다. 서해상 특정구역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치할 경우,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상시적으로 NLL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벌여온 중국 등 제3국 어선의 과잉 남획을 방지함으로써 남북 어민이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해 5도 부근은 북방한계선 영향으로 중국 어선들에게 사실상 점령당해 어로 활동이 어려웠었다. 해수부는 이후 장관급 회담에서 구체적인 수역의 위치와 규모, 공동관리방안, 어선 안전관리대책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실무사항 협의를 위해 남북 수산당국간 협의기구 설치를 추진 중이다. ■ 어업 불가능지역은 ‘평화수역’으로 설정 한편 접격해역 중 한강하구-연평도 사이 어로불가능지역은 ‘평화수역’으로 설정된다. 강 장관은 평화수역의 이용방법에 대해 “평화수역은 양국간 일체의 무력행위가 배제되는 포괄적 평화구역으로 군함 등은 진입이 안 되고 공동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한 행위와 보전활동만 가능한 구역”이라면서 “경제적 이용가치나 보전 필요성에 따라 구역을 나눠 바다목장화사업, 희귀생물체 보호 사업, 친환경적 사업 등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사례는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군사적 긴장관계에 있던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지난 1994년 평화협정을 체결, 접경연안인 홍해 아카바만을 산호초 보호, 관광개발, 갈등종식을 위한 국제해양평화공원으로 지정했다. 이후 양국간 갈등이 완화되고 산호초가 복원되는 등 환경적 효과도 거뒀다는 것이 해수부의 설명이다. ■ 2015년까지 8개 선석·480만t 규모 ‘해주항 개발’ 추진 강 장관은 또 개성공단과 향후 조성될 해주공단 생산 화물의 원활한 처리 지원을 위해 2015년까지 해주항을 2개 컨테이너 선석을 포함해 8개 선석, 하역능력 480만t규모로 단계적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는 2200억원 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강 장관은 “현재 해주항은 하역능력 240만t, 부두길이 1천305m, 선석수 4개 규모의 소규모 항만”이라며 “우선 첫 단계로 800억원을 들여 수심확보를 위한 준설작업을 마친 뒤 다목적 부두를 1개 선석 규모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단계로는 1400억원을 들여 컨테이너 부두 2개 선석과 잡화 1개 선석 등 3개 선석의 부두를 개발하고 필요하다면 북한모래의 원활한 반입을 위한 모래부두도 개발할 것”이라며 “해주항이 개발되면 개성공단에 대한 해상운송로가 확보돼 개성-해주-남측으로 연결되는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오는 11월 총리급, 장관급 회담에서 해주항의 개발위치와 단계별 개발규모에 대해 북측과 협의를 벌여 확정할 계획이다. 강 장관은 해주항 개발을 위한 재원마련과 관련, “항만개발사업은 도로나 철도개발사업과는 달리 투자비를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면서 “수심확보를 위한 준설 등 항만개발 인프라를 남북협력기금 등 정부 돈으로 조성한 후에는 운영권만 협의를 통해 민간에게 일정기간 넘길 수 있다면 부두투자의 경우 민간투자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지원협력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돌파구를 찾아 북한에 투자를 하고 그 투자로 인해 북한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호 호혜적인 투자사업’이라는 것이 강 장관의 설명이다. ■ 민간선박 ‘해주 직항로’ 통과한다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도 그동안 제기돼 왔던 문제를 풀게 됐다. 이미 예성강이나 해주 인근 해역에서 모래를 싣고 오는 남쪽 배들은 직항로를 이용하고 있지만, 북한의 선박들이 해주항으로 들어오려면 백령도를 돌아서 들어가야 했다. 이번에 남북 합의를 통해 민간선박에 대해 직항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운행시간과 물류비 절감이 가능해지고, 더 나아가 경협 활성화도 기대된다. 해수부는 내달 남북 총리급 회담 결과에 따라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위한 지정 계획 수립 △서해 공동어로수역에 대한 조업조건과 어선 안전관리대책 마련 △해주 직항로상 좌표 설정 △해주항 개발계획 수립 등을 후속조치로 마련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공동으로 이번 합의사항을 내실있게 추진하기 위한 ‘남북한 해양수산 협력방안 세미나’를 오는 8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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