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뉴스 영상캡쳐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뜨리면서 프랑스 내부에서는 책임 소재 공방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 정부의 잦은 붕괴, 늘어나는 국가부채 등이 겹쳐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역량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피치는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프랑스 정부가 최근 신임 투표에서 패배한 것을 가리키며 “정치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정적자 축소, 예산 균형 회복을 위한 개혁을 추진할 의지 및 실행력이 의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2023년 ‘AA’에서 ‘AA-’로 떨어진 이후 약 2년 만이다.
현재 ‘A+’ 등급은 영국·한국보다 한 단계 낮고, 벨기에와 동등한 수준이다. 유럽 내 핵심국 가운데 프랑스의 재정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배경이다.
프랑스 정부는 강등 발표 직후 반응을 조율하고 있다. 재무장관 에릭 롬바르는 피치의 판단에 대해 “우려는 이해하지만 프랑스 경제의 기초(fundamentals)는 탄탄하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녹록지 않다. 일부 언론과 여당 내에서도 “정치 지도자들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 “책임 회피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임 총리 프랑수아 바이루는 트위터에서 정부를 향해 “엘리트들이 진실을 외면하고, 국민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나라(France)”라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언론 《르몽드》는 이번 강등이 단순한 등급 조정이 아니라 프랑스 정치 시스템의 근본적 취약점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에서도 반응은 즉각적이다. 프랑스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고, 투자자들은 프랑스 채권과 유럽 다른 정부 채권 간 금리 스프레드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조세 및 복지정책 변화 가능성, 긴축 예산이 소비자와 투자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피치의 강등은 단지 프랑스 내부 사안에 머물지 않는다. 유럽 및 글로벌 자금 흐름에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신뢰가 동요하면서 외국인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고, 유럽 연합(EU)의 공동 재정 안정성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