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보다 한술 더 뜨는 게 '전환사채'다.
처음엔 채권이지만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특별한 채권이다.
의료기구 업체 세종메디칼은 지난해 3월 코스닥에서 거래정지된다.
자본금 55억 원 회사에 결손금이 9백억 원 넘게 쌓였기 때문이다.
거래정지 석 달 뒤, 회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한다.
기존 전환사채를 새 전환사채로 갚겠다는 거였는데,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가격'이 황당했다.
기존 전환사채는 주당 2,344원에 바꾸는 조건이었지만, 새 전환사채는 주당 100원이었다.
회사가 받은 투자금은 그대로인데, 찍어줘야 하는 주식 수는 23배가 된 것이다.
'세종메디칼'은 최근 3년 전환사채를 9차례 발행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 세번째로 많다.
잦아도 너무 잦은 전환사채로 이들 회사 주식 수는 많게는 100% 넘게 늘었다.
그만큼 기존 주주들은 앉아서 손해를 봤지만, 배당 등은 전혀 없었다.
전환사채는 유상증자보다 발행이 쉽다.
경우에 따라 주주총회를 안 거쳐도 되고, 얼마에 주식으로 바꿔줄 지 등 핵심 내용도 회사가 정할 수 있어 주가 조작 통로로도 악용된다.
배우 견미리 씨의 남편이 연루된 제약회사 보타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전환사채를 견 씨가 인수했다고 허위 공시해 주가를 띄운 혐의로 2심까지 유죄다.
최근 3년 간 전환사채를 1번 이상 발행한 상장사는 5백 40여 곳.
전체 10곳 중 2곳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