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밤하늘을 우러르면 북두칠성이 계절에 따라 자리를 바꾸는 걸 알 수 있”고, 송홧가루가 “노랗게 흩날리고 나면 아까시 향기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무논에 개구리 우는 소리가 뒤를 잇는” 마을이 있다. 그곳에 터를 잡고 남편을 도와 농사짓고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저자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가난한 유년기,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헤맨 젊은 시절, 삶의 버팀목이 되어 준 엄마, 오랜 벗들, 그리고 국어 교사로 살아오며 마주한 세상의 풍경과 작고 여린 생명들에 대해 담백하고 정직한 문장으로 써 내려간 산문들을 엮었다.
43편의 글에는 “이웃과 뭇 생명과 더불어 질박하고 낮게 살고 싶”은 마음이, 늦은 밤 집에 돌아오면 아랫목에서 기다리고 있던 따뜻한 밥그릇처럼, 애틋하고 잔잔하게 담겨 있다. 산밭이나 논에서 일하던 이웃들이 “측백나무 사이로 쑥 들어와 마당 수돗가에서 한숨 돌리며 물도 마시고 소소한 동네 근황도 전”하는, 울타리 낮은 측백나무집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독자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고 환하게 밝혀 준다.
또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섬세한 시선과 정직하고 담담한 문체는, 글쓰기와 책 쓰기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에게 삶을 담아 내는 좋은 글쓰기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