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 소설집 『찬란한 날들』에는 2023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국경」을 비롯해 어둡고 구석진 사회의 단면과 극한의 상황에서 선연히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을 예리한 시선으로 묘사한 7편의 단편이 모아져 있다.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세계관과 분위기로 무겁게 느껴지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어째서인지 꺼져가는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처럼 어렴풋한 빛과 희망이 여운처럼 남게 된다. 그때 우리는 학대와 폭력 속에 방치되고 무기력함에 휘둘린 삶을 지나 마침내 다시 출발선에 선 인물들을 응원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