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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 다니자키 준이치로 단편선 ‘슌킨 이야기’ 출간
  • 장은숙
  • 등록 2023-01-19 09: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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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문예출판사



문예출판사가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 대표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단편선 ‘슌킨 이야기’를 에디터스 컬렉션으로 출간했다.


슌킨 이야기(에디터스 컬렉션)에는 탐미주의, 에로티시즘 등 다니자키 문학세계의 정수를 담은 대표 단편 7편이 실렸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번역한 일본 고전 문학 전문 번역가 김영식이 미학적이고 섬세한 다니자키의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다니자키 작품 속 남성들은 숭배에 가깝도록 여성에게 헌신하며 희열을 느낀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 책의 표제작인 슌킨 이야기는 주인과 하인, 스승과 제자, 연인이라는 다층적 관계에 놓인 슌킨과 사스케의 사랑 이야기다. 샤미센을 연주하는 예인(藝人) 슌킨은 사스케를 가혹하리만큼 혹독하게 다루고 사스케는 그런 슌킨에게 지극하고 절대적 사랑을 보낸다. 슌킨을 향한 사스케의 사랑은 슌킨의 얼굴이 망가졌을 때 절정에 달한다.


슌킨 이야기는 다니자키 문학의 완성작이라 인정받는 작품으로 스토리의 완결성까지 갖춰 탐미 문학의 절정으로 찬사를 받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저 탄식할 뿐!”이라는 말로 작품에 감탄을 표하기도 했다.


아름다움의 화신인 여성을 숭배하는 남성의 모습은 그의 문학세계를 관통하는 이미지다. 단편선에 실린 문신은 젊은 문신사 세이키치가 새하얀 맨발을 가진 소녀에게 거대한 여덟 개의 발이 달린 무당거미를 등에 문신해주는 내용으로, 여성의 발과 등에 집착한 다니자키의 페티시즘이 담겨 있다.


‘문신’에서 아름다운 여성의 몸에 천착하던 다니자키는 이후 여성의 몸과 일본의 고전미를 결합해 오묘한 아름다움과 설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런 여성을 쉬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우러러보며 숭배한다. ‘갈대 베는 남자’에서 한 남자는 40여 년이 넘는 시간 오유라는 여인에 대한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데, 작품 속에 묘사된 오유는 ‘옛날 오사카 인형의 얼굴을 바라볼 때 떠오를 법한 화사하면서도 고전의 냄새’가 나는 여인으로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다.


다니자키는 1920년대에 시대를 뛰어넘는 감각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이야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일본의 탐미주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비교해도 다니자키의 작품 농도가 더 짙고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집요함도 강하다. 다니자키가 일찍 세상을 등지지만 않았다면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을 거라는 문학계 평가도 과찬이 아니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왜곡된 사랑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니자키의 문학적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력, 힘 있는 문장은 독자를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고 현실과 떨어진 또 다른 세계에 던져지는 놀라운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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