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이 가까워지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컴백 가능성에 정치권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대선을 불과 50여일도 남겨 두지 않은 시점. 현재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곳은 지지율 1위의 이명박 후보도, 제1당의 정동영 후보도 아니다. '뉴스메이커'로 등장한 이는 바로 이회창 전 총재다. ◇'비상대비 후보' 이회창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그럼에도 다시 불거진 이유는 '소설'같던, 시나리오로 치부됐던 그 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무엇보다 그 자신부터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이 전 총재의 지지자와 최측근들은 '비상대비 후보론'을 내세우면서 출마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최근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인 서상목 전 의원이 "보수진영도 선거 기간 비정상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비상대비 후보론'을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서 전 의원은 지난 30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 "이번 대선이 정상적 선거운동이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가면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전 대표 경우처럼 후보의 신변 보호도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쪽(범여권)은 후보가 여럿이지만 보수는 한 명밖에 없다. 그런 불안감 때문에 (보수진영도) 복수후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야 이명박 후보를 보호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BBK건 뭐가 되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약점 캐기, 없는 약점까지 만들어서 폭로하는 등 (범여권의) 공격은 이 전 총재가 무슨 행동을 한 것과 관계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보수진영도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뭔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미 이 전 총재측 사람들은 물밑에서 '비상대비 후보론'을 거론해왔다. 이명박 후보가 대선후보등록(11월27~28일) 후 'BBK의혹' 등 범여권의 공세로 지지율이 폭락하거나 회복불능 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비해 '비상용 후보'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최근 이 전 총재의 지지단체인 '창사랑'과 '충청의 미래'는 성명서를 통해 "현재의 대선주자들은 정권 쟁취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 국민과 나라는 안중에 없다"면서 "국민의 편에 서서 국익과 안보를 지키고, 다음 세대에게 꿈과 이상을 실현시킬 제3의 대선 후보는 이 전 총재 뿐"이라며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촉구했다. ◇흔들리는 이명박, 리더십 위기 자초이 전 총재의 대선출발설은 무엇보다 최근 당내에서 흔들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리더십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현재 이 후보는 난감한 처지다.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설과 박근혜 전 대표의 거리두기로 안팎의 상황이 자꾸 꼬여가고 있다. 문제는 현 정국이 오래 전부터 예견돼왔고 이 후보가 자초했다는 점이다. '정치인 이명박'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CEO 리더십'이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우선 박근혜 전 대표의 '외면'이 계속되고 있다.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부딪치고, 박 전 대표가 반발하는 등 확전 양상이다. 급기야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이 최고위원의 '배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의 독자 행보는 이 후보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게 중평이다. 경선 후 두달여 동안 이 후보는 박 전 대 표를 한차례 만났을 뿐이다.이 후보는 지난 30일 강재섭 대표를 통해 박 전 대표에게 공석인 최고위원 추천권을 일임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등 '끌어안기'에 나섰지만 "사정이 다급해지니 뒤늦게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李 본선 경쟁력 회의론도 확산최근에는 이명박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는 성공한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과 그의 정책적 입장이 이념적이라기보다 실용적이라는 사실은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넘어서는 폭넓은 지지 기반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이 후보의 장점은 상황에 따라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이 후보 지지의 폭은 넓고 다양하지만 그런 만큼 지지자들의 충성심이나 결집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과거 DJ나 YS(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정치적으로 역풍이 부는 상황에서도 변함 없는 지지를 보여줬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심각한 의혹이나 스캔들이 터지게 되면 지지율은 순식간에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 이 후보의 실용적 노선도 대북 정책이나 안보 문제처럼 한나라당이 이념적으로 예민하게 생각하는 이슈가 뜨거운 논쟁이 되는 상황이 되면,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와 이 후보의 실용성에 끌린 지지자들 사이의 상반된 요구에 직면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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