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가 쿠바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방역정책과 백신접종속도, 정부의 태만 등을 비판했다.
11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쿠바의 수도 아바나와 산티아고 등의 거리에서 정권에 항의하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시위는 아바나 근교 아르테미사주(州)에 있는 산 안토니오 데 로스 바노스에서 시작됐다. 시민들은 "독재 타도"와 "자유", “조국과 삶" 등의 구호를 외쳤고, 백신 공급부터 정전 중단까지 모든 것을 요구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대규보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현장을 찾아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혁명에 반하는 체계적 도발"이라며 "누구라도 우리의 상황을 조작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시위의 배후에 외부 세력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현재 쿠바의 코로나 상황은 수년 전부터 계속된 미국의 경제 봉쇄로 심화했다"면서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대규모 소요사태를 일으켜 인도적 개입 여지를 갖기 위해 편 조치들로 우리가 어려운 국면에 처한 것"이라고 했다.
쿠바의 악화하는 경제 위기 원인으로 쿠바 정부는 미국의 제재와 팬데믹을 들고 있지만, 쿠바를 비난하는 측에서는 정부의 무능과 소련식 일당제를 들고 있다.
이날 수천 명의 사람들이 아바나 시내와 해안가 일부에 모이고 경찰이 대거 시위 현장에 배치되면서 몇 차례 난투극이 벌어지고 몇 명이 체포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대립은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쿠바는 풍부한 의료 인력과 엄격한 통제 덕분에 코로나19 초기 눈에 띄게 선방했으나 최근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일찌감치 시민들에게 접종하고 있지만,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쿠바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3만2,000명이며, 일일 신규 확진자는 7,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은 15%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