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북한을 19년 연속으로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했다.
1일(현지시간) 국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북한은 최하위 등급인 3등급(Tier 3) 국가로 분류됐다.
북한은 2003년부터 매년 최하 등급 국가로 평가됐다. 3등급은 국가의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수준을 나타내는 1∼3등급 중 가장 낮은 최악 단계로, 인신매매 방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기준과 규정도 갖추지 못한 나라라는 의미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도 완전히 충족하지 않는다"라며 "이를 위해 중대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인신매매 근절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3등급에는 북한 외에도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이란, 러시아 등 총 17개국이 포함됐다.
북한은 성인과 어린이를 집단 동원했고, 정치적 탄압 목적으로 정치범수용소, 노동교화소, 해외 송출 노동자의 강제 노역 등의 수단을 활용했다고 국무부는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선 8만~12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 중이며, 추산이 안 되는 인원이 또한 노동 교화소 등에 갇혀 있다. 이들 중 다수가 범죄 혐의를 받지 않거나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수용소에 수감된 북한 주민들은 어린이도 예외 없이 열악한 조건에서 벌목과 채굴, 제조 등 분야 장시간 노동에 투입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어린이도 최대 하루 12시간 노동에 투입되며, 수용소 내에는 구타, 고문, 성폭행, 의료·식량 부족이 만연한 상황이다.
또 북한이탈주민, 특히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는 인신매매 문제도 제기됐다. 인신매매범들이 탈북 여성과 소녀에게 신체적 학대와 성적 착취를 가하고 성매매 업소나 온라인 성인 사이트, 유흥주점 등에서 일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탈북 여성들은 합법적 신분이 없는 데다 중국 남성과 사이에 낳은 자녀 때문에 탈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일환으로 중국의 북한 이탈 주민 강제 송환을 거부하면서 현재 200여 명이 중국에 구금돼 있다고도 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탈북자가 송환되면 인신매매와 인권 유린에 직면할 위험이 있어 미국이 중국 정부에 북한 송환을 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했다며 "우리는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광범위한 인권 문제를 우려한다. 이는 우리가 중국 정부에 제기하는 많은 문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신매매 범죄 피해자가 약 2500만 명"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성매매를 강요받거나 공장 등에서 강제 노동을 하고, 무장 단체에 투입된다"라고 했다. 이어 "인신 매매 피해자 수백만 명은 어린이"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범죄는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욕"이라며 "우리는 한 국가로서, 또 세계 공동체로서 인신매매를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인신매매가 이뤄지는 11개국을 "정부 자체가 인신매매범"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은 이날 보고서에서 인신매매 우려가 가장 낮은 1등급(Tier 1)으로 분류됐다. 미국과 캐나다, 스웨덴, 대만, 프랑스 등 총 28개국이 1등급 국가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