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국민의힘 홈페이지]4·7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맡은 바 임무를 다 하고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며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며 오만을 견제하는 말을 했다.
김 위원장이 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의 제 소임을 다하고 물러난다.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에 당선됐다"면서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저는) 자연의 위치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폭정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양당 체제를 기둥으로 하지만, 21대 총선 결과 그러한 균형추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상황에 처하자 민주주의 위기를 수습하라는 소임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4·7재보선 결과에 대해 "국민이 주신 값진 승리이고, 현 정권과 위정자들에 대한 분노와 심판의 목소리가 고스라히 담긴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투성"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분열과 반목"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특정인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지난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보았듯이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세력에 의존한다든지, 그것에 더하여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정권을 되찾아 민생을 책임질 수권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그런 욕심과 갈등은 국민의 눈쌀만 찌푸리게 했고 언제든 재연될 조짐이 보인다"며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며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대의보다 소의, 책임보다 변명, 자강보다 외풍,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엔 미래가 없다"면서 "부디 국민의힘이 더 많이, 더 빨리, 더 결정적으로 변화해 국민 마음에 깊숙이 다가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 무능한 정부의 실정까지 겹쳐 국민의 삶은 피폐하고 암울하다. 이런 때 국민의힘이 수권정당·민생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철저한 자기혁신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낡은 이념과 특정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거듭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향후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저는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국민의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만 말했다. 다만, 그는 기자회견 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따로 만날 계획인가"란 질문을 받고, "자연인으로는, 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