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오세훈 후보 페이스북/안철수 후보 페이스북]‘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며 야권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가운데, 이같은 야권 지지율 상승이 오히려 야권 후보 단일화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 어느 누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맞붙어도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서로 단일 후보가 되겠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의 조사(지난 12~13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안 후보와 오 후보 모두 단일화 때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20%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박영선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 안 후보(53.7%)는 박 후보를(32.3%)를 큰 차이로 앞질렀고, 오세훈-박영선 대결에서도 오 후보(51.8%)가 박 후보(33.1%)를 앞질렀다.
이전 여론조사들에서 한 자릿수 차로 박빙의 경쟁을 벌이던 여야 선거 구도가 LH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로 인해 여권에서 반사이익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LH 파문이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75.4%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응답은 22.4%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지율 상승이 안 후보와 오 후보 측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야권 단일화 후보 경선 승리가 곧 선거 승리'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서 양쪽에서 조금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안 후보와 오 후보는 예정된 ‘공동 비전 발표회’를 하루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두 후보는 서울시 공동 운영을 약속한 뒤 함께 정책 비전을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결국 행사는 미뤄졌다.
안 후보는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무결점 후보’ ‘미래를 향한 후보’ ‘확장성 있는 후보’라는 점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안 후보 측은 “대승적으로 작은 이견을 내려놓고 모든 걸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당초 후보 간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오 후보 측을 비판했다.
반면 오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협상 의지 없이 자신에게 불리한 토론회 횟수를 줄이기 위해 시간을 끄는 등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이날 비전 발표회를 단독으로라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직전 계획을 취소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지지부진할 수록 지지율은 하락하기 때문에 양측은 19일인 협상 시한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느 이대로 3자 구도로 굳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단일화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조성되자 김무성·이재오 전 의원 등은 560여 개 보수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를 거듭 촉구했다.
김 전 의원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패배하면 국민들은 두 후보에게 역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각 정당은 협상에서 손을 떼고 두 후보가 만나 단일화를 이루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