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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17일’ 출간
  • 조정희
  • 등록 2021-03-05 09: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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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 소재


▲ [이미지제공 = 문예출판사]


문예출판사가 우에스트프랑스문학상, 쥘리메상, 베르시옹페미나상, 랑데르노상 등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떠오르는 작가 롤라 라퐁의 장편소설 ‘17’일을 출간했다.


롤라 라퐁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며 소설 ‘17일’은 프랑스 문학비평지 ‘리브르 엡도’가 주관하는 ‘서점인이 꼽은 최고의 책’ 중 하나이자,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 공영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가 꼽은 ‘2017년 10대 문학 작품’으로 선정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17일’은 미국 언론재벌의 상속자 퍼트리샤 허스트가 좌파 무장단체 SLA에게 납치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 소설이다.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은 1974년 2월 4일에 일어났으며 2001년 1월 20일 특별사면이 됐음에도 아직까지 세간의 가십거리로 입에 오르는 유명한 사건이다. 퍼트리샤는 납치 후 SLA와 함께 은행강도사건을 연출하기도 했으며, SLA의 일원임을 선언하며 총기를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좇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추측을 난무하게 했다.


그러나 퍼트리샤는 SLA에 합류한 지 1년 4개월 만에 체포됐고, 재판에서 그녀는 그 모든 일이 SLA에게 세뇌돼 한 행동이기에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퍼트리샤 허스트는 인질이 생존본능 혹은 세뇌에 의해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현상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인 ‘스톡홀름신드롬’의 대표 사례로 알려졌다. 그러나 롤라 라퐁은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과 기록을 넘어서 퍼트리샤 허스트가 음성과 글로 여러 차례 남긴 메시지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 다른 진실이 있을 수 있음을 가정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퍼트리샤 허스트 사건을 전혀 다른 각도로 재구성한다.


소설은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큰 축으로, 30대 교수 네베바와 10대 소녀 비올렌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과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진 네베바는 1970년에 베트남전쟁 반전시위에 참여한 활동가이자 화려한 언변과 날 선 비판으로 주목받는 페미니스트, 19세기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붙잡힌 소녀들에 대한 논문을 쓴 연구자이다. 10대 소녀인 비올렌은 여느 또래와 달리 10대들의 관심사에는 무관심하고 안락한 삶에 저항하는 젊은 세대이다. 네베바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과 그 언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전쟁, 혁명 등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비올렌의 순진한 생각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그녀가 누군가의 주장에 끌려가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갖기를 은연중에 독려한다. 한편 비올렌은 네베바의 카리스마에 매료돼 그녀의 생각, 시각,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 소설 속에서 네베바는 퍼트리샤의 선택이 무장단체의 세뇌가 아닌 그녀의 자유의지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이는 롤라 라퐁이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역자 이재형은 이 소설이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꿈에 더 잘 부응하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하는 과정’에 주목하며 이것이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또 다른 정치의 길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르 몽드(Le Monde)는 ‘17일’은 혁명적인 결정을 내리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롤라 라퐁은 여성의 결단이 갖는 힘을 포착하고 그 힘의 변화와 전승 과정을 그린다고 평했다. 독자들은 네베바와 비올렌이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의 전모를 해석하는 과정을 보며 여성이 돌봄의 주체도, 유순한 자녀도, 페미니스트의 심볼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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