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종목에서 ‘왕따 주행’ 논란을 일으켰던 김보름(28) 선수가 동료 노선영(32) 선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보름은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보름은 소장을 통해 노선영의 발언으로 지탄을 받아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광고와 후원이 중단돼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됐던 경기는 2018년 2월 19일 평창 올림픽 팀 추월 경기였다. 당시 준준결승에 출전한 팀 추월 팀은 레이스 막판에 팀워크가 깨졌다. 김보름·박지우가 먼저 들어오고, 노선영이 크게 뒤처져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팀 추월이라는 경기 특성상 팀워크가 중요하고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선수 기록이 공식기록으로 인정되는 만큼, 선두로 들어온 김보름은 왕따 가해자로 지목됐다. 또 김보름이 경기 직후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노선영)에서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온 것 같다"며 동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해 ‘왕따 주행’ 논란을 일으키며 큰 비난을 받았다.
당시 김보름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대한빙상연맹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보름은 대회 도중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 인터뷰를 보시고 많은 분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다. 많이 반성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백철기 감독 역시 "노선영이 뒤처졌다는 사실을 링크 안에서 선수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 직후 선수들이 서로 어색해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도 지도자들이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김보름은 기자회견 이후 치뤄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관객들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했다.
잊혀져가던 왕따 주행 사건은 김보름의 폭로로 다시 불거졌다. 김보름은 2019년 2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수한 고통을 참고 또 참으며 견뎌왔다.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싶다. 평창올림픽 당시 수많은 거짓말과 괴롭힘에 대해 노선영 선수의 대답을 듣고 싶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노선영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증거 자료를 갖고 있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신고 등 행정적인 절차로 해결할 생각도 있다"고 언급하는 등 재차 피해사실을 주장했다.
김보름은 결국 논란 3년 만에 동료 선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정 싸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