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에게 최대 10년 6개월의 형량을 권고하는 새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반복되는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책임자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양형위원회는 지난 11일 화상회의를 열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양형기준은 판사들이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양형위는 안전·보건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뿐만 아니라 도급인도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에도 역시 책임자가 처벌받게 된다.
구체적인 양형으로 △기본 1년~2년6개월 △특별가중 2~7년 △다수범 2년~10년6개월 △5년 내 재범 3년~10년6개월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기존 양형기준보다 영역별로 2~3년씩 형량을 상향했다. 유사 사고가 반복되거나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특별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사후 수습'보다 사전 예방을 위해 상당 금액을 공탁하면 형을 줄여주던 조항은 삭제했다. 대신 산업안전보건 범죄에 가담한 기업 내부인이 자수, 내부 고발 등 수사에 협조할 경우 특별 감형해준다.
산안법 위반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도급인(원청)과 현장실습생 치사에 대한 양형기준도 신설됐다. 또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사업주·도급인이 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현장실습생 관련 조치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도 양형기준이 마련됐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해당 사업주의 기본 형량 상한선이 2년 6개월로 정해져 집행유예(징역 3년 이내) 선고가 가능한 데다 벌금형의 양형기준이 빠져 산재를 막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양형기준안은 업계 의견 수렴과 온라인 공청회 등을 거쳐 3월 29일 양형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 이르면 4월부터 바로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