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 '얼굴 없는 기부 천사'의 성금을 훔친 용의자 2명이 붙잡혔다.
30일 전주 완산경찰서와 전주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분께 "주민센터 인근 나무 밑에 기부금을 놨으니 확인해보라"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전화는 매해 연말이면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찾아오는 '얼굴없는 천사'의 전화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금을 놓고 갔다는 연락에 주민센터 직원들은 나무 밑을 샅샅이 찾았으나 성금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얼굴 없는 천사는 두 번에 걸쳐 전화를 걸어 "성금을 찾았느냐. 못 찾을 리가 없다"고 확인했고, 이에 주민센터 직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40분 쯤 경찰에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경찰은 주민센터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등 성금을 가져간 용의자 뒤를 쫓았다. 그리고 사건발생 4시간 만인 이날 오후 2시30분쯤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훔쳐간 A(35)와 B(34)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들이 검거된 곳은 충남 계룡에 위치한 A씨의 집이었다.
경찰은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용의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연례행사처럼 해온 세밑 기부의 방법을 미리 파악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갖고 있던 기부금 6000만원을 회수했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000원을 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만∼1억원 상당을 기부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19년 동안 기부한 성금은 6억834만660원이다.
노송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천사도 성금 도난으로 많이 놀랐다고 들었다. 범인을 붙잡고 성금을 회수해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