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투어, 아시아권을 넘어선 한류 확산에 기여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타자 이승엽의 통쾌한 홈런포가 터졌던 일본 도쿄돔의 안주인은 오늘, 비(본명 정지훈ㆍ25)였다. 이승엽을 외치던 함성은 '정지훈!'을 연호하는 4만 여 명(월드투어 주관사 스타엠 발표)의 거대한 메아리로 출렁였다. 연기자 겸 가수 비가 25일 오후 7시20분 한국인 가수 최초로 도쿄돔에서 '레인 월드투어 2006~2007-레인스 커밍(Rain's Coming)'을 개최했다. "제 공연 때마다 비가 와요"란 비의 말처럼 이날 새벽부터 희뿌연 하늘에선 꽤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개폐식 지붕을 덮은 채 열린 이날 공연은 '티켓 가격 1만2천 엔(한화 약 9만2천 원)인 수만 석을 채울 수 있을까'란 우려를 무색케 했다. 주객이 혼연일체 된 공연은 일본 활동 공백기 동안 세계로 큰 걸음을 내디딘 비의 세리머니 같았다. 그간 비는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과 피플의 '가장 아름다운 인물 100인' 선정,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입성, 워쇼스키 형제의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 레이서' 출연 등 큰 수확을 거뒀다.잠수함 모형이 갈라진 속에서 등장한 비는 한국적인 동양미와 서구적인 연출을 반반씩 섞은 무대로 관객을 들었다놓았다. '잇츠 레이닝(It's Raining)'을 시작으로 '태양을 피하는 방법' '난 또 니가 좋은 거야' '안녕이란 말 대신' 등을 현란한 퍼포먼스와 함께 토해냈다. 또 북소리, 취권 등 무술을 응용한 춤, 붉은 깃발 군무는 '동양인 비'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다. 이날 비 공연의 성황은 한류가 사그라지고 있다는 일부 일본인의 냉랭한 시선을 재진단해보게 만들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관점이 형성된 과정을 추적한 책 '그때 그 일본인들'의 편저자이자 유명 출판 평론가인 다테노 아키라(71)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본의 극우파가 한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며 "일본인인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극우파는 일본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현재 한류는 연예인을 통해 확산됐다"며 "앞으로 양국 정부 및 사회단체가 노력해 사회ㆍ문화ㆍ역사 등 다방면에서 민간인이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 서로의 문화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의 월드투어는 아시아권을 넘어선 한류의 확산이란 의의도 있다. 그 동안 해외 A급 아티스트의 티켓을 사느라 바빴던 한국이 이제는 세계를 돌며 티켓을 파는 콘텐츠를 생산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서양인이 아닌, 검은 머리 아시아인의 잔치라고 비판한 해외 언론도 있지만 비의 잠재력을 점치는 '테스트 마켓'으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신승훈ㆍ성시경 등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주로 기획한 공연 이벤트 프로모터인 교도 오사카의 나나 아마노(33) 씨는 "아무로 나미에ㆍ하마사키 아유미ㆍ아라시 등이 공연한 도쿄돔은 일본 톱가수들에게도 큰 도전"이라며 "비는 한국 대표에서, 아시아 제일 큰 가수를 넘어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비는 6월2~3일 태국 방콕 임팩트아레나에 이어 15일 하와이 알로하 스타디움, 19일 애틀랜타 필립아레나, 23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27일 샌프란시스코 HP파빌리온, 30일 LA 스테이플 센터를 돌며 남은 월드투어 일정을 소화한다. "전 지금 제 자신과 싸우고 있어요. 그걸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요." 꿈을 위한 비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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