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사와 분쟁 딛고 새출발 “노니까 갑갑했죠”...발라드·재즈·왈츠 등 5곡 “편하게 팬들에 인사”
대중은 쉽게 스타를 망각한다. 하지만 첫사랑의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하듯 신선한 충격을 준 가수를 머릿 속에서 떨쳐버리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1997년 ‘애송이의 사랑’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양파(본명 이은진). 그가 2001년 4집 이후 6년 만에 신보를 냈다. 19세 애송이에서 28세의 숙녀가 된 앙파의 매력은 그 이름처럼 벗기고 벗겨도 새로웠다.#애송이양파는 ‘포에버 위드유’ ‘괜찮아’ ‘다 알아요’ ‘아디오’ ‘알고싶어요’ 등 연달아 히트곡을 내며 ‘100년에 한 번 나올 신동’으로까지 추앙받았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양파에게 지금까지 누렸던 행복만큼의 불행을 안겼다. 2001년 4집을 끝으로 소속사와의 분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이렇게 공백이 길어질 지 몰랐다. 분쟁 당사자는 다름 아닌 이모부였고 좋지 않은 일에 친척이 연루돼 이를 쉬쉬해왔다. 결국 2005년 1월 법정 소송이 뒤늦게 시작됐고 지난해 말 이를 해결했다.“고교 2학년 때 데뷔하며 나름 고군분투했는데 그 일을 겪으며 많이 나약해졌어요. 어쩌면 평생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될 지도 모르죠. 하지만 소송이 원만하게 해결됐고 새로운 음반을 만들 수 있다는 기쁨에 이렇게 용기를 냈어요.”#이은진불상사를 겪는 동안 양파는 가수 양파가 아닌 일반인 이은진으로 살았다. 그는 하루에 2∼3편의 영화를 섭렵하고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과 전주를 찾아 영화를 즐길 만큼 영화에 올인했다. 그만큼 음악이 미웠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게 다 음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급기야 음악을 접고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섰다.“집에서 노니까 식구들 눈치도 보이고 갑갑하더라고요. ‘나 혹은 저 사람이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심리치료사가 돼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심리학자 융이 쓴 책들을 열심히 읽었고 수능 시험을 다시 보려고 했어요. 그래서 미국 유학 당시 보스턴에 있는 융 연구소까지 찾아갔어요. 그런데 참, 음악이란 게….”#양파우여곡절 끝에 빛을 본 5집 ‘윈도우스 오브 마이 솔’은 가히 명반이라 할 수 있다. 6년간 품은 한을 쏟아부은 것 같은 애절함과 비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양파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다양한 악기들이 빚는 한 차원 높은 사운드는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타이틀곡 ‘사랑 그게 뭔데’ ‘나 때문에’ ‘그대를 알고’ ‘러브레터’ 등 7곡의 발라드와 함께 재즈 ‘매리 미’, 미디엄 템포 ‘라 비앙 호즈’, 왈츠 ‘친절하네요’ 등 5곡이 곁들여져 있다.“센세이션하거나 새로운 트렌드의 음악은 아니에요. 팬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에요. 잃어버린 6년을 만회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음반이거든요. 엄격해진 대중의 잣대가 부담되긴 하지만 저 역시 더 이상 애송이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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